쿠팡, 작년 납품업체서 판매촉진비·장려금 2조 3000억 원 걷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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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주요 유통브랜드 판매수수료율 등 실태조사
직매입으로 납품-판매가 마진… 거래액 약 10% 부수입
올리브영, 매장 수료율 27%·온라인쇼핑몰도 24%

쿠팡이 작년에 납품업체로부터 2조 3000억원이 넘는 판매촉진비와 판매장려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한 쿠팡 차고지에 배송 트럭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작년에 납품업체로부터 2조 3000억원이 넘는 판매촉진비와 판매장려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한 쿠팡 차고지에 배송 트럭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업태별 실질수수료율 추이(2020∼2024년). 공정위 제공. 업태별 실질수수료율 추이(2020∼2024년). 공정위 제공.

최근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쿠팡이 작년에 납품업체로부터 2조 3000억원이 넘는 판매촉진비와 판매장려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거래금액의 약 10%에 달하는 규모다. 또, 소비자와의 접점을 장악한 온라인쇼핑몰들은 납품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장려금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등 8개 업태의 40개 주요 유통브랜드(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율, 판매장려금, 추가 비용 등 실태조사 결과를 25일 공개했다.

공정위의 실태조사 결과와 관계자 취재 등을 종합하면 쿠팡은 작년에 납품업체들로부터 판매촉진비와 판매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약 2조 3424억 원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쿠팡은 이 가운데 광고·홍보비, 할인쿠폰 등 판매촉진을 위한 비용으로 1조 4212억 원을 받았다. 이는 쿠팡이 직매입으로 거래한 전체 금액 24조 6953억여 원의 5.76%에 해당한다. 또, 쿠팡은 직매입 거래 금액의 3.73%에 해당하는 금액을 판매장려금으로 받았다. 거래금액을 토대로 역산하면 9211억 원 수준이다. 쿠팡은 직매입으로 마진을 남기는데도 온라인쇼핑몰(3.5%) 평균보다 판매 장려금을 많이 받았다. 온라인 쇼핑몰은 판매장려금 비율이 여러 업태 중에 가장 높다.

쿠팡은 2023년 6월 무렵 소매 거래를 100% 직매입으로 전환했다. 싸게 납품받은 상품을 더 비싼 가격에 팔아 차액에서 이윤을 얻는 방식을 기본으로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납품업체들로부터 광고비나 홍보비 등을 받아 부수입을 올린 셈이다. 이렇게 받은 돈은 납품업체 상품을 직매입한 금액의 9.5% 수준이다. 작년에 쿠팡에 납품한 업체는 2만 169개에 달한다.

쿠팡은 작년에 매출액 36조 1276억 원, 영업이익 1조 2827억 원, 순이익 7850억 원을 기록했다. 종속기업을 포함한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매출액 38조 2988억 원, 영업이익 1조 6245억 원, 순이익 1조 1598억 원이었다.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한 올리브영 매장의 모습. 연합스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한 올리브영 매장의 모습. 연합스

한편, 업태별로 본 주요 유통업체의 2024년 실질판매수수료율(이하 '실질수수료율')은 TV홈쇼핑 27.7%, 백화점 19.1%, 대형마트 16.6%, 아웃렛·복합쇼핑몰 12.6%, 온라인쇼핑몰 10.0% 순이었다. 실질수수료율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판매수수료와 추가비용(판촉비·물류비 등)의 합을 상품판매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TV 홈쇼핑은 수수료율을 전년보다 0.4%포인트(P) 올렸고, 나머지 업태는 수수료율을 내렸다. 올해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한 면세점의 경우 수수료율이 43.2%로 가장 높았다. 전문판매점은 15.1%였다.

직매입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쿠팡처럼 납품업체로부터 판매장려금을 따로 받는 경우가 상당했다.

직매입 거래에서 유통업체에 판매장려금을 낸 납품업체 수 비율은 편의점(48.8%), 전문판매점(29.6%), 대형마트(25.7%), 온라인쇼핑몰(19.1%), 면세점(9.8%), 백화점(3.6%)의 순으로 높았다.

지난해 거래금액 대비 판매장려금의 비율은 편의점이 1.9%, 대형마트 1.5%, 온라인쇼핑몰 3.5%, 전문판매점 2.6%였다.

납품업체들은 수수료(특약매입 등), 판매장려금(직매입) 이외에도 판매촉진비, 물류배송비 등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이런 추가 부담 금액이 전체 거래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편의점(8.1%), 온라인쇼핑몰(4.9%), 대형마트(4.6%), 전문점(2.5%), TV홈쇼핑(0.7%), 면세점(0.4%), 백화점(0.3%), 아웃렛·복합몰(0.03%) 순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에 납품하는 업체들의 인테리어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작년에 인테리어 변경이 있었던 점포를 기준으로 그 횟수를 파악해보면 백화점이 평균 27.9회로 가장 잦았고 이어 아웃렛·복합쇼핑몰 15.0회, 면세점 8.1회, 대형마트는 3.9회 순이었다.

인테리어를 한 차례 변경할 때 입주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은 1723만(대형마트)∼1억 820만 원(아웃렛·복합쇼핑몰)이었다. 백화점과 아웃렛·복합쇼핑몰의 경우 인테리어를 한번 변경할 때 드는 비용이 전년보다 대폭 늘었다.

세계적 K뷰티 인기 속에 주목받는 올리브영은 온라인쇼핑몰과 전문판매점(오프라인) 양쪽 분야에서 영업하고 있는데, 온라인쇼핑몰의 경우 실질수수료율이 23.52%로 SSG닷컴(8.08%), 카카오톡선물하기(10.02%), GS샵(11.58%) 등 다른 유통업체보다 현저하게 높았다. 올리브영 전문판매점의 실질수수료율은 27.0%에 달해 같은 업태에 속한 롯데하이마트(15.01%) 보다 높았다.

판매장려금도 많이 받는 편이었다. 거래금액 대비 납품업체가 부담한 판매장려금 비율은 올리브영 온라인쇼핑몰이 6.26%로 6개 유통업체 평균(3.5%)을 웃돌았고, 올리브영 전문판매점은 6.76%로 업태 평균(2.63%)의 두배를 넘었다.

올리브영은 온라인쇼핑몰(97.3%)과 전문판매점(98.2%)에 납품하는 대부분의 업체로부터 정보제공수수료도 받고 있었다. 각각 거래금액의 2.99%, 3.05% 수준으로 1% 미만인 다른 유통업체보다 높은 비율이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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