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불확실성 속 차분한 연말…종무식 없이 ‘휴가 모드’
삼성 등 종무식 없이 남은 휴가 사용
SK·LG 등 연말 맞아 연차 사용 독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관에 설치된 ‘신세계 스퀘어’ 전광판에 크리스마스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환율 급등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별도의 종무식 없이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연차 소진 문화가 정착된 데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위해 휴가 사용을 독려하면서, 많은 임직원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장기 휴가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 글로벌 전략회의를 모두 마무리하고 별도의 종무식 없이 연말 일정을 정리한다. 내년 1월 초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6’ 준비 인력을 제외한 대다수 직원은 자율적으로 남은 휴가를 사용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내년 초 CES 개막에 앞서 서울 서초사옥에서 전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신년 사장단 만찬’을 연다.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시장 환경 점검과 함께 신년 경영 방향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과 LG그룹도 조용한 연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SK그룹은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공동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있으며, LG그룹은 26일부터 연말까지를 권장 휴가 기간으로 정해 직원들의 휴식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LG는 매년 신년사를 연말에 미리 발표하는 관례에 따라 구광모 회장이 지난 22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신년사 영상을 전달하며 ‘새로운 혁신을 통한 도약’을 당부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별도의 종무식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한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참석하는 신년회를 통해 새해 메시지를 전달해 온 만큼, 올해도 연초 신년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새해 업무를 시작할 전망이다. 포스코그룹과 HD현대 등도 종무식 대신 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분위기다.
LS그룹의 지주사 LS는 오는 30일과 31일을 권장 휴가일로 지정했으며, 내년 1월 2일 시무식에서 새해 다짐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부서별 자율 종무식을 진행하되 연말연시 여객 수요 증가에 대비해 안전 운항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두산그룹은 24일부터 31일까지를 전 직원 공동 연차일로 정해 장기 휴식을 보장하고 있으며, 효성그룹도 24일과 26일, 내년 1월 2일을 지정 휴무일로 정해 전사적인 휴식을 시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내실을 다지기 위해 효율적인 연말 마무리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