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질문 던지는 영화”…부일시네마로 함께 본 ‘행복한 라짜로’
영화 ‘행복한 라짜로’ 스틸컷. 슈아픽쳐스 제공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 올해 마지막 상영회가 호평과 함께 막을 내렸다.
30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 모인 관객 70여 명은 제71회 칸 영화제 각본상의 주인공 ‘행복한 라짜로’(2019)를 관람했다.
‘행복한 라짜로’는 시골 마을 농장에서 일하는 순박한 청년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가 자유를 갈망하는 친구 탄크레디(루카 치코바니)의 납치 자작극에 말려들다가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이 “20년 후 가장 영향력 있을 감독”이라 극찬한 이탈리아 거장 알리체 로르바케르가 연출했다.
지난 3일 멀티플렉스 등을 통해 국내에 재개봉하기도 한 이 영화는 영화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화제작이다. 뉴욕타임스(NYT) 영화비평가 마놀라 다기스가 2018년 최고의 영화 5위로 선정했고, 봉준호 감독은 2010년대 최고의 영화 2위로 꼽았다. 특히 봉 감독은 2019년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올해 본 최고의 외국영화”라며 “이 영화를 보고 세 번 울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많은 부분을 성경에서 따왔다. 주인공의 이름 라짜로도 성경의 나사로에서 가져왔다. 영화 속 은유적 요소들은 라짜로가 예수를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라짜로가 사는 이탈리아 마을 인비올레타는 비밀리에 현대판 노예제를 운영한다. 알폰시나 후작 부인의 담배 농장에서 소작농 50여 명이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를 당하며 일한다. 그 소작농들은 순수한 청년 라짜로를 부려 먹는다. 바보 같을 정도로 순박한 라짜로는 부당한 요구나 부탁도 늘 웃는 얼굴로 들어준다.
영화 ‘행복한 라짜로’ 스틸컷. 슈아픽쳐스 제공
그러던 어느 날 후작 부인의 아들 탄크레디가 마을을 찾아오고, 둘은 절친한 사이가 된다.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갈망하는 탄크레디는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납치 자작극을 계획하고, 무슨 부탁이든 들어주는 라짜로는 그를 돕는다.
납치 신고를 받고 마을을 찾아온 경찰은 후작 부인이 마을 사람들을 노예로 부린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라짜로는 홀로 남게 된다. 영화는 다소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순수성이 사라진 현대 사회와 문명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는 많은 질문을 던지고, 관객의 생각을 자극한다.
영화 ‘행복한 라짜로’ 스틸컷. 슈아픽쳐스 제공
영화 상영 뒤에는 관객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인 ‘커뮤니티 시네마’가 진행됐다. ‘덕화명란’의 장종수 대표가 모더레이터로 나섰다.
장 대표가 소통을 유도하자 관객들은 제각기 소감을 공유했다. 한 관객은 “동화 같은 이야기일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다”면서 “제목과 달리 결말부가 충격적이었고, 마음 한 편이 불편해지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관객들의 감상평.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재미있었다. 영상 질감이나 영상미도 좋았다. 라짜로는 세상에 내려온 신적인 존재 같은데, 다들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에겐 올해 마지막 영화가 될 것 같은데 잘 봤다. 묘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이런 구도자 같은 사람이 과연 적응할 수 있겠는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타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무언가를 표상하는 메타포가 많은 것 같다.”
“성당에 갔을 때 라짜로의 모습이 꼭 예수의 모습과 겹쳐서 인상적이었다. 영화 내내 감독이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의 문명이 과연 인간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다. 영화 제목은 행복한 라짜로인데, 역설적으로 라짜로는 행복하지 않은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의미심장한 부분이 많았고, 현대 사회의 맹점과 모순을 연상시키는 장면들도 많았다.”
“이 영화를 사실 두 번째 본다. 두 번째로 보니 미처 못 봤던 것들이 보인다. 아카데미 각본상은 아무나 받는게 아니구나 싶다. 우리는 어떤 본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인 것 같다.”
관객들의 감상을 들은 장 대표는 “저는 이 영화를 세 번째로 봤다”며 극 중 주인공이 예수나 나사로가 아닌 아담을 상징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어 “태초의 인간인 순수한 아담이 현대에 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상상을 풀어낸 영화 같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이 영화는 사실 스토리가 잘 이해되진 않는다. 한 관객의 말씀처럼 장면 하나 하나가 신비롭고 독특하다. 이처럼 신화나 우화 같은 방식으로 전개하는 영화를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하더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순수함, 성스러움이 현실과 부딪힐 때의 느낌을 잘 묘사한 영화”라고 부연했다.
커뮤니티 시네마가 마무리된 뒤 인상적인 소감을 남긴 관객 5명에겐 랜덤 포스터가 경품으로 지급됐다. 또한 연말을 맞아 장 대표가 덕화명란 상품을 관객들에게 선물로 제공했다.
부일시네마는 부산닷컴(busan.com)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에서 관람을 신청한다. 참가자를 추첨해 입장권(1인 2장)을 준다. 부일시네마 시즌2는 2026년에도 계속된다. 내달 상영작은 피아니스트 임찬근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2023)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