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의 AI 시대, 괴테에서 답을 얻다
연말 괴테 관련 서적 인기 돌풍
지난해 쇼펜하우어 열풍과 비교
인간 삶 전체 보는 책 찾고 있어
11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출판가에 괴테 열풍을 일으킨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표지.
2021년에 출간된 1000쪽이 넘는 <괴테 자서전>은 역주행을 하며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에 출간된 <괴테와의 대화 1·2> 역시 괴테 인기덕분에 다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올 연말 출판가에 괴테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11월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더니, 1000쪽이 넘는 분량 때문에 일명 ‘벽돌 책’으로 알려진 <괴테 자서전―나의 인생, 시와 진실>(2021년 출간)과 <괴테와의 대화 1·2>(2008년 출간)마저 출간된 지 꽤 지났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역주행하는 모습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유명한 괴테 연구가인 주인공 도이치가 홍차 티백에서 괴테의 명언이라고 하는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는 말을 발견한다. 평생 괴테 연구만 했던 그가 전혀 모르고 있던 낯선 문장이지만 무언간 자신이 주장해 온 이론을 요약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이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찾아보며 삶을 돌아보게 된다. 독일로 떠나 괴테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자신을 둘러싼 삶과 학문, 사랑, 인간관계의 의미를 생각하며, 결국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괴테의 말 속에 자신만의 진정한 삶의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출판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독서 방식의 변화를 꼽는다. AI가 요약과 판단을 대신해 주는 시대가 되며, 독자들이 짧고 인용하기 쉬운 문장에서 벗어나 한 인간의 삶 전체를 따라가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도서출판 써네스트의 강완구 대표는 “SNS에 올릴 만한 문장을 고르는 것에 식상해졌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흔들리며 살아왔는지를 깊고 길게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인기로 시작된 ‘쇼펜하우어 열풍’과 비슷하다. 쇼펜하우어 철학이 지금 우리가 겪는 고통의 이유를 설명하며 독자를 위로했다면, 괴테는 그 현실을 받아들인 이후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삶의 모델을 보여주는 인물로 다가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 연말 괴테 인기는 지난해 쇼펜하우어 열풍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도서출판 우물이있는집의 박일구 대표는 “쇼펜하우어와 달리 괴테는 성공했지만 좌절을 겪은 인물이라는 점, 위대한 이상을 품고 이룬 업적, 타협과 조율을 통해 '현실의 삶'을 영위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독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