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시설 노후화·공급 과잉이 만든 ‘눕코노미’ 부산~괌 노선
고물가로 매력 감소… 동남아로 여행길 돌려
그럼에도 공정위 조치로 좌석 수 유지해야
항공업계 “특가 혜택 등 출혈 불가피” 전망
대한항공. 연합뉴스
고환율 등으로 괌이 여행지로서 매력도가 떨어지며 부산과 괌을 오가는 여객기 좌석이 텅 빈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 시설 노후화와 대체 휴양지인 동남아의 인기 등 다른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항공사들은 염가 항공권에도 좌석 채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 21일 부산에서 괌으로 향한 KE2259편에 탑승한 승객은 22명에 불과했다. 에어버스 A321 기종으로 전체 180석 중 12%만 팔렸다. 통상 A321 기종 승무원이 6명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해당 여객기에는 30명도 채 되지 않는 인원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렴한 항공권을 앞세워도 여객을 채우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오는 3일 토요일 기준 부산~괌 편도 항공권 가격은 20만 원 내외를 형성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훨씬 가까운 일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가격대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대한항공의 부산발 괌 노선 평균 탑승객은 60명 내외에 그쳤다. 에어부산, 진에어 등 다른 항공사도 부산~괌 노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 여행과 휴양지로 주목받던 괌이 외면받는 이유는 크게 원·달러 고환율과 대체 여행지 부상 때문이다. 3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35원으로, 미국령 괌은 달러를 화폐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여행객이 느끼는 현지 물가가 매우 높은 편이다. 주말 기준 숙소 비용은 1박 기준 적게는 20만 원대부터 80만 원대까지 달하는 데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음료수도 5000원을 넘는다.
또한 대다수 숙박 시설이 1980~1990년대 지어진 탓에 노후화 문제가 심각하다. 주요 상권도 코로나19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적 측면에서 여행지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 셈이다.
반면 신규 휴양지로 급부상한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일대는 비교적 싼 물가와 최신 숙박 시설 등으로 여행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여행 트렌드 변화에도 항공사가 괌으로 비행기를 띄우는 배경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치가 있다. 2022년 2월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조건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 에어부산과 진에어, 에어서울 등 자회사들에게 ‘2019년 대비 공급 좌석수 90% 미만 축소 금지’ 조치를 내렸다. 2019년 특정 노선에 공급하던 연간 좌석 수 합이 1만 석이라고 했을 때, 최소 연간 9000석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설령 좌석이 비더라도 괌으로 향하는 여객기를 띄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괌 노선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아 노선 수익이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라며 “특가 혜택 같은 출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