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기획자 전성시대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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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컬바이로컬 대표

얼마 전 대전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들이 옛 대전 부청사 활용 방안을 찾고자 부산에 찾아온 적이 있다. 역사문화자원인 대전부청사는 1937년 근대 모더니즘 건축 양식이 집약된 건물로, 해방 이후 미 군정청과 대전시 청사로 활용되었던 건축물이다. 대전시는 이 건축물과 유사한 활용 사례를 보기 위해 부산을 방문하였다. 처음에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활용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도모헌과 밀락 더 마켓, 포디움 등을 답사하면서 물리적 공간보다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와 지역에서 활동력을 가진 팀들의 발굴, 활동 가능한 기획자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성토하는 자리가 되었다. 그러면서 의미 있는 건축물을 이제 공공에서 운영하는 방식보다 민간 위탁 방식 등 지역 생태계 속에서 운영자를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결국 답사 내내 관리 운영에 대한 고민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지역 청년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무대로 역사적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축물이라면 더욱이 가치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가 기획자와 역사 문화자원을 연결하는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닿았다.

좋은 기획 기반한 도시 사업 활력

하지만 계약 해지 불안감에 한계

프로젝트 발굴단 운영해 지원하길

최근 들어 정부부처 사업에도 기획자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과거 활동가와 다른 개념인 기획자는 프로젝트나 활동의 전반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계획, 자원 배분 등을 수립하며 효율성, 장기적인 영향, 위험 관리, 분석 및 구조화에 중점을 둔다. 부산에서도 동구 이바구 캠프를 중심으로 청년기획자들이 모여 있다. 청년마을 사업 이후에 공공 플랜을 중심으로 대학생들과 창업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오히려 지역 대학 간의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공간, 브랜딩이라는 키워드로 건축전공 학생들과 함께 활동력을 높이고 있다. 영도에는 라보드 팀이 있다. 마을관리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봉산마을에 거점시설을 운영함으로써 마을주민들과 연결된 사업들을 유치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제는 빈집을 활용하는 방안을 통해 사업화 모델 구축, 지역프로그램 운영 참여 등 다양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상권에서도 기획자가 있는 골목상권들은 언제나 활력이 넘친다. 남천바다로, 문문상회, 사상 가로공원 등 신구의 조합으로 고유한 지역 골목의 모습과 좋은 상인들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곳엔 각자의 사업체와 거점공간 중심으로 활동력을 높이고 있는 일종의 필드형 기획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마도 지역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활동력을 가진 기획자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외 각 지역별 청년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팀들, 청년 로컬크리에이터까지 합치면 부산에는 기획자로 활동할 수 있는 잠재 인력은 더 많이 존재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기획자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많은 고민을 갖고 있다. 우선 공공사업, 민간사업을 하는 팀들은 모두 계약 해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데 내 것이 아닌 느낌이라고 한다. 공공사업은 계약 종료 후 재계약을 위한 공모에 다시 응모해야 하고 계약 종료 후 더 이상의 활동력을 보장받을 수 없으니 항상 이렇게 열심히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고 한다. 지속적인 활동력을 보장할 수 없는 프로젝트의 한계에 대한 고민인 셈이다. 그래서 기획자들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듯하다.

그러면 지역마다 기획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기획자 발굴과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젝트 발굴단을 만들었으면 한다. 각 지역마다 이루어지고 있는 축제, 문화, 프로그램, 굿즈 등 분야별 프로젝트를 집약화하여 지역 기획자들에게 소개하는 오픈 플랫폼을 운영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기획자들이 기획 프로세스에서부터 운영에 이르는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한다. 또한 구군 단위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없을까? 소위 지역 스펙 쌓기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 장소별 특성을 반영한 프로젝트로 기획에서 실행까지 활동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이를 기반으로 지역 공간을 거점으로 활동력을 확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락방, 유니크 베뉴, 청년센터, 도시재생 거점공간까지 이미 지역에는 공간이 확보되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획자들의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바탕으로 지역의 장소 가치를 높이고 차별화된 지역 고유의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 등 지역 외부의 수요를 지역 내부로 이끄는 역할도 기대해 본다.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와 거점, 프로젝트의 중심에 기획자들의 역할이 존재했으면 한다. 2026년에는 부산형 기획자들의 활동이 지역마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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