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바우처, 근무 공간 지원되면 부산 인재 원격근무 채용”
AI 마이크로 일자리 발굴 자문위
수도권·일본 등 기업 7곳 간담회
“오프라인 전제 지자체 지원 개선”
“해외 시장 매칭에도 적극 나서야”
수도권 기업들은 인건비 지원 등이 이뤄진다면 부산 인재를 원격으로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비대면으로 열린 ‘2026 마이크로 일자리 수요기업 간담회’. 화상회의 화면 캡처
속보=지역인재 유출의 돌파구로 ‘원격근무’(부산일보 11월 17일 자 1면 등 보도)가 급부상한 가운데, 수도권 기업의 부산 인재 채용을 이끌어낼 실질적인 정책 논의가 첫발을 뗐다. 서울 등 수도권 기업들은 인건비 바우처, 지역 근무 공간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부산 인재를 원격으로 채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격근무는 커리어를 쌓으면서도 고향에 계속 머무를 수 있어, 지역 소멸의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부산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등은 최근 ‘AI 마이크로 일자리 정책 발굴 자문위’ 활동의 일환으로, 부산 인재 채용 의사가 있는 기업 7곳들과 ‘2026 마이크로 일자리 수요기업 간담회’를 비대면으로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6월 부산시와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비스텝)이 주도해 결성한 ‘AI 마이크로 일자리 정책 발굴 자문위’의 정책 제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간담회에는 원격근무가 가능한 7개 기업(부산 2, 서울 3, 경기 1, 일본 1)이 참석했다. 참가 기업들은 부산시 등 관계기관이 인건비 바우처 등을 기업에 지원하고, 부산 지역에 원격근무자들이 근무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간들을 구축한다면 부산 인재들을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들은 인건비 지원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부산시 등이 인건비 바우처 등을 기업에 지원한다면 기업들은 부산 인재들만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춰 부산 인재와의 매칭을 활성화하지는 취지다.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 ‘원포인트’를 운영하는 ‘롸잇’의 최준순 대표는 “마케터의 경우 창의성이 중요해 대학생 채용에 대한 요구도 높다”며 “바우처 등을 통해 첫 커리어부터 비대면 업무를 제안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7개 기업 중 5개 사가 인건비 바우처를 희망했다.
아울러 지자체의 교육·채용 지원이 오프라인 근무나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시간 사무보조 인력매칭 시스템을 운영하는 ‘이지태스크’의 전혜진 대표는 “지자체, 대학들과 인턴십 등 채용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프리랜서 계약은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발된 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현행 정책들이 오프라인 근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지역 내 사무공간이 없는 기업은 사업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있었다”며 “서울시처럼 원격근무자들이 오프라인에서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원격근무 시장 매칭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방안도 거론됐다. 일본을 거점으로 메타버스 기반의 가상 사무실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비스’의 정세형 대표는 “UI·UX 디자이너(사용자 환경·경험 설계자)나 개발자는 일본에서는 굉장히 찾기 드물고 급여도 높은 인재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관련 분야 인재가 넘치고 급여도 일본보다 낮다”며 “이러한 차이를 활용해 해외 원격 매칭에도 나선다면 해외 기업에서도 지역 인재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부산시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 관계자는 “관련 내용 중 곧바로 진행가능한 부분과, 추가로 예산을 배정해 실행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검토를 관계 부서들과 함께 진행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