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세반 사라진다… 부산 국공립어린이집 절반에 닥친 ‘정원 절벽’
0세반 비모집·정원 감소 44%
정부 ‘교사 대 원아’ 비율 조정안
오히려 정원 줄어드는 역효과로
모집 대기자 여전히 많아 ‘대란’
시, 추가 고용 어린이집 지원 방침
부산 지역 국공립어린이집 절반가량이 0세반(2025년 출생) 정원을 기존보다 줄이거나 0세 원아를 뽑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 연합뉴스
부산 지역 국공립어린이집 절반가량이 0세반(2025년 출생) 정원을 기존보다 줄이거나 0세 원아를 뽑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0세반 교사의 담당 원아 비율을 줄였는데, 어린이집이 예산 사정상 추가 교사 고용을 하지 않으면서 어린이집 ‘대기 행렬’ 증가와 원아 모집 감소라는 역효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 달 신학기를 앞두고 10일 <부산일보>가 부산 지역 16개 구·군 국공립어린이집 333곳의 0세 원생 모집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비 0세반 정원을 줄이거나 올해 0세반 정원이 없는 곳은 총 148곳으로, 절반에 가까운 44%나 됐다. 0세반 정원을 줄인 곳이 87곳, 정원이 없는 곳은 61곳이었다.
출산 직후 어린이집 대기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린이집 대란’이 극심한데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에는 정부의 어린이집 정책 역설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공립어린이집 0세반 교사 대 원아 비율을 1 대 3에서 1 대 2로 줄이도록 하는 지침을 지자체에 전달했다. 교사 보육 부담을 줄이고 영아에게 양질의 보육을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는 원아 모집 감소라는 결과를 낳았다. 정작 정원이 늘어난 곳은 69곳으로 전체 약 20%에 불과했고 전체 정원도 지난해 1721명에서 올해 1월 말 기준 1683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원아 모집이 줄어들었지만 최근 출산율 반등 추세와 함께 0세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개원한 부산 강서구 강동동 한 국공립어린이집은 올해 0세 원생을 9명 뽑지만 대기자는 300명이 넘는다. 정원 대비 대기자 수가 배 이상인 곳은 110곳이 넘는다.
최근 자녀를 직장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한 직장인 이 모(32·부산 남구) 씨는 “첫째만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출산 직후 1년이나 기다려도 차례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침에 따르기 위해서는 교사 수를 늘려야 하지만 어린이집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한다. 기존 0세 원생이 12명이었던 곳은 전담 교사가 4명만 있어도 됐다. 하지만 바뀐 지침으로는 교사가 2명 더 필요하고 0세 원생을 1명만 늘려도 교사를 또 추가 고용해야 한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에 따르면 부산 지역 0세 원생 월평균 등록비는 58만 4000원 수준이다. 반면 교사 1인당 인건비는 통상 약 300만 원 상당이다. 0세반 전담 교사 1명당 인건비 8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지만, 정원과 교사 수를 늘릴수록 어린이집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임혜경 부산국공립위원장은 “지침에 따랐을 때 늘어나는 교사에 대한 인건비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지침에 따르려는 곳이 적다”며 “아직 비율 조정이 법적 의무가 아닌 만큼 그대로 정원을 유지하거나 줄이는 곳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교사를 추가 고용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출산보육과 관계자는 “지난달 교사 추가 고용 국공립어린이집에 총 61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공문을 각 구·군에 전달했다”며 “기존 80% 인건비 지원과 합하면 충분히 정원 증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재정 투입이 어렵다면 국공립어린이집 간 연계를 늘리는 등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국공립어린이집은 정원 미달인 곳도 있고 무작정 원아 수를 늘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부산연구원 이예진 연구위원은 “기존 인건비 지원을 100%로 늘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예산 등 현실적 문제도 있다”며 “서울처럼 인근 어린이집들이 함께 원생을 관리하는 ‘모아어린이집’ 방식을 운영하는 것도 정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