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흔들리는 이란 신정체제
2주간 시위 지속… 사상자 속출
고물가 등 경기 침체로 민심 폭발
이란 당국 “사형 처할 것” 엄포
美, 이란 정권 겨냥한 작전 고심
10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촬영돼 SNS에 유포된 영상에서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 속에서도 반정부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경제난과 고립적 외교에 대한 불만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2주째 이어지면서 40년 넘게 권력을 지킨 이란 신정체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란 정부는 시위에 가담하면 누구든 사형시키겠다며 총을 시민에게 겨누고 있지만 시위 열기는 쉽게 식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며 이란에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격동에 빠졌다.
10일(현지 시간) AP통신은 미국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을 인용해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 이후 이날 현재 최소 11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규모 시위의 원인으로 물가 폭등으로 인한 경제난이 꼽힌다. 지난달 28일 이란 경제의 주축인 상인들이 처음 테헤란 거리로 나서 시위를 시작한 직접적인 이유는 리알화(이란 통화) 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민심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경제난 악화가 대규모 시위로 번지게 된 셈이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12일 전쟁’을 치르며 체제의 취약점이 노출된 것도 이번 시위의 배경으로 보인다. 레바논 헤즈볼라, 가자지구 하마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등 ‘시아파 벨트’의 붕괴를 목격한 이란 국민의 체제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이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당국은 이란 내 국제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도 차단하며 진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0일 AP·AFP·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이란 검찰총장은 이날 국영 TV에 발표한 성명에서 “시위에 참여하면 누구든 신의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이는 사형에 해당하는 혐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위대를 도운 사람들도 같은 혐의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도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안보 수호는 레드라인”이라며 “현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란군도 “국가 이익과 전략 인프라, 공공재산을 보호할 것”이라며 강경 진압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에 책임을 물어 이란 정권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어쩌면 과거 어느 때보다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 단행할 다수 새로운 군사타격 선택지를 최근 며칠 동안 보고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체제의 시위 억압에 대응해 타격을 승인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있는 비군사시설을 포함해 광범위한 표적 선택지를 보고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이행해야 하게 될 때 대비해 이란 공격 방안을 두고 예비적 단계의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논의 중인 선택지에는 이란 군사 표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공습도 포함돼 있다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다만 다른 당국자는 미국 정부에서 어떤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것인지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았고 군사 장비와 인력이 공격 준비를 위해 움직인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란 공격을 위한 논의가 통상적 계획 수립의 일환이라면서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현재까진 없다고 덧붙였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