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민 중심 기부 사회' 꿈꾸며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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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철 문화부 독자여론팀장

새해 첫 기부로 병오년 시작한 인사들 눈길
부산, 작년 고향사랑기부액 역대 최고 기록
서울에 이어 전국 두 번째 400호 아너 배출
기업인 아닌 다양한 시민이 나눔 주체 되길

세운철강(주) 신정택 회장이 새해 첫날 부산대에 개교 80주년을 축하하고 응원하기 위해 1억 원의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신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열린 부산대 디지털 명예의 전당 설치 준공식 및 80주년 기념 발전기금 릴레이 기부 출범식에 참석해 부산대의 역사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상징 공간 조성 취지에 깊이 공감한 바 있다. 신 회장의 이번 1억 원 출연은 부산대 개교 8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시계탑 복원사업을 위한 지정 기부였다.

신 회장은 기업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지역사회에서 큰 신망과 존경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기업인이다. ‘지역 산업과 교육이 함께 살아야 지역의 미래도 지속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기부·봉사·경제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 신 회장은 “부산대 개교 80주년은 대학의 역사이자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온 시간”이라며 “기부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을 보태는 실천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강충걸 회장과 가족도 새해 첫 기부를 20여 년간 이어오며 따뜻한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강 회장 가족은 지난 2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을 방문해 이웃돕기 성금으로 1019만 9510원을 전달했다. 강 회장 가족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새해 첫 날 부산사랑의열매를 찾아, 한 해 동안 가족이 함께 모은 성금을 기부하며 나눔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올해는 손녀들까지 기부에 동참해 더욱 뜻깊었다. 매년 기부에 참여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본 두 손녀는 1년 동안 저금통에 용돈을 모아 직접 전달했다.

이날 기부금 전달식에 강 회장 대신 참석한 아내 박영희 씨는 “매년 나눔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일이 우리 가족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다”며 “계속해서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을 나누고 싶다’며 손녀들이 가져온 저금통을 보며 우리가 이어온 나눔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부산에서 광고매체 업체인 (주)파나컴을 운영하며 장애인 사회인식 개선 및 다양한 복지사업을 운영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새해맞이 기부를 21년간 이어가고 있는 강 회장 가족의 부산사랑의열매 누적 기부금은 1억 1000만 원에 달한다.

이처럼 신 회장과 강 회장 가족의 새해 첫 기부는 올 한 해도 부산의 나눔 문화가 활성화되길 염원하는 신호탄이자 기폭제로 여겨진다. 이와 더불어 병오년 부산의 나눔 온도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상들이 여러 곳에서 탐지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와 부산 400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탄생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부산 지역 고향사랑기부액이 약 58억 39만 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것이다. 2024년(19억 4489만 원)과 비교하면 약 3배 증가했다. 기부금의 사용처와 목표액 등을 정할 수 있는 지정 기부와 100종이 넘는 다채로운 신규 답례품들이 놀라운 흥행을 견인했다.

노후 구급 장비 교체와 화재취약 지역 주민자율소방함 설치 사업 등 부산시의 지정 기부 프로젝트가 인기를 끌면서 부산의 구·군들도 올해 잇따라 지정 기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그레이드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도 기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부산 지역 지자체들은 지난해 100종이 넘는 답례품을 신규로 개발했다. 기장 미역, 대저 짭짤이 토마토 등 기존에 제공되던 계절성 특산품은 물론, 동구 차이나타운의 유명 식당인 신발원의 만두, 고액 기부자를 위한 해운대 5성급 호텔 웨스틴조선 투숙권 등도 등장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주)보명금속 홍수식 대표의 부산 400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1억 원 이상 기부) 가입식도 무척 반가웠다. 이날 홍 대표의 아너 가입으로 부산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아너 400호 회원을 배출한 지역이 됐다. 이는 인구 규모가 약 4배에 달하는 경기도보다 많은 고액 기부자 회원 수를 보유한 것으로, 부산의 나눔 활동이 전국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상징적인 성과로 분석됐다. 부산은 기업 고액 기부자 모임인 나눔명문기업도 94곳에 달해 서울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기부 주체가 일부 기업인이 아닌 시민 중심으로 바뀌어 나눔이 일상적인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는 점은 올 한 해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부산아너소사이어티클럽 이성근 회장은 “지금까지는 기업인과 전문직 중심의 기부 참여가 많았다면, 이제는 젊은 창업가, 프리랜서,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이 나눔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부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말처럼 올 한 해는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나눔 문화가 더욱 활성되길 기대한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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