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틈새 노려라”… 국내 LCC들, 부산 하늘길 도전장 [커버스토리]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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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LCC 본격화, 요동치는 지역 항공계

공항 터미널·사옥·국내선 노선
에어부산-진에어 공동으로 사용
양사 실질적 통합 단계 진입에도
운항편 1위 부산 노선 축소 우려
이스타·티웨이항공, 공세 강화
노선 늘리며 부산 시장 파고들어
김해공항 연 1000만 명 수요에
가덕신공항 개항 대비 경쟁 가열

류지혜 기자 birdy@·클립아트코리아 류지혜 기자 birdy@·클립아트코리아

김해국제공항의 하늘길이 요동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지역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십수 년간 김해공항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에어부산의 위상 변화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노선 재편의 빈틈을 선점하려는 후발 주자들의 공세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 현재도 연간 이용객 1000만 명 이상의 확실한 수요가 뒷받침되는 부산의 하늘길인 데다 2029년 가덕신공항 개항 이후에 더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최대의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다.

■에어부산-진에어, 물리적 결합 시동

지난 1일 김해공항 국내선 터미널과 에어부산 사옥에서는 진에어 부산베이스 승무원들이 에어부산의 브리핑실(비행준비실)을 공동 사용하기 시작했다. 양사는 지난 6일부터 김포~부산, 제주~부산 등 주요 국내선 노선에서 코드쉐어(공동운항)도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시설 공유를 넘어, 양사가 실질적인 통합 수순인 ‘물리적 결합’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그동안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과 협력해온 에어부산이 진에어와 손을 잡은 것은 통합 LCC 출범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보여준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김해공항 전체 운항편의 26%를 차지하며 여객 484만 명을 실어 나른 압도적 1위 사업자다. 일부 노선의 경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지역 거점 항공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진에어 관계자는 “부산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진에어는 통합 과정에서도 인천과 부산을 중심으로 ‘듀얼 허브 전략’을 통해 지역 수요를 철저히 수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통합 이후 부산 중심의 노선이 축소되거나, 의사 결정권이 수도권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스타, 부산 항공사 ‘이미지 메이킹’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통합 준비로 내부 정비에 집중하는 사이, 가장 공격적으로 부산 시장을 파고드는 곳은 이스타항공이다.

2024년 부산발 노선을 처음 취항한 이후,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노선 수를 10개로 늘렸다. 이는 이스타항공 전체 노선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스타항공의 전략은 ‘이색 노선’이다. 오사카, 타이베이 같은 인기 노선은 물론 푸꾸옥, 치앙마이, 그리고 국적기 최초인 알마티(카자흐스탄) 노선까지 취항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내몽고 오르도스 노선을 운항하며 지역 여행업계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단순히 비행기만 띄우는 것이 아니다. 이스타항공은 김해공항에 항공기 4대를 등록하고, 부산 거점 승무원을 지난해 신입, 경력 각 1회씩 채용하며 ‘부산 항공사’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 서면 삼정타워 야외 광장에서 부산발 노선 확장을 홍보하는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지역 경제 활성화 공로로 부산시장 표창을 받는 등 지역 상공계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김해공항은 10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중요한 거점”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여행사와 협력을 강화해 부산 시민들에게 최적화된 스케줄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웨이, 부산 노선 확대 중

티웨이항공 역시 김해공항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며 에어부산의 빈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미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나트랑 등 주요 노선을 꿰차고 있는 티웨이항공은 지난 8일 부산~치앙마이 노선 신규 취항에 이어, 지난 9일부터는 코타키나발루 노선까지 주 2회 운항을 시작한다.

티웨이항공의 전략은 영남권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펼치는 중이다. 에어부산이 통합 과정에서 노선 효율화를 위해 일부 중복 노선을 조정하거나 운항 횟수를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자, 그 자리를 발 빠르게 채워나가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가덕신공항 어드밴티지 누구에게

LCC들이 이토록 부산 시장에 사활을 거는 궁극적인 이유는 2029년 개항할 가덕신공항 때문이다. 지금 확보한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과 시장 점유율은 향후 가덕신공항의 운수권 배분과 터미널 이용권 확보에서 결정적인 어드밴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의 움직임도 긴박하다. 부산시는 이용객 1000만 명이라는 탄탄한 수요와 가덕신공항 어드밴티지를 무기로 노선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를 위해 대한항공과 접촉 중이다.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그동안 에어부산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부산 시민의 자부심이자 지역 항공 주권의 상징이었다”며 “통합 LCC로 인해 지역의 날개 역할을 했던 에어부산의 기능이 약해진다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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