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통합 시도지사 연석회의 자치분권 강화 의지 모으길
포괄적 행정통합 법안 기준·내용 등 모색
중구난방 특별법 부작용 막는 계기 돼야
국민의힘 이인선 대구시당위원장(왼쪽)과 구자근 경북도당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안과에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다극 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광역 행정통합을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아래로부터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한다.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지난주 제안한 광역 행정통합 법안 제정을 위한 전국 시도 단체장 연석회의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부산·경남·대전·충남·대구·경북·인천 등 전국 7개 시장·도지사들은 오늘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연석회의를 갖고 광역 행정통합 법안 제정을 위한 논의를 벌일 방침이다. 이날 회의는 진정한 다극 체제를 만들 수 있기 위해서는 광역 행정통합의 기준과 내용의 포괄적 확립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데 대해 단체장들이 공감한 결과다.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광역 행정통합을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이후 광역 행정통합은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양상으로 진행돼 왔다. 이 때문에 포괄적인 광역 행정통합 기준과 내용을 마련하기보다 개별 지자체들이 각자 특별법을 만드는 방향으로 통합을 추진중이다. 광주와 전남은 대표적으로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통합 논의를 가속화한 케이스다. 정부가 6월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 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걸자 속도전에는 더욱 불이 붙었다. 광주·전남 이외에 대전·충남과 대구·경북까지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각 지자체들이 각개약진하는 모양새로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이들 특별법에는 다극 체제 구축을 위한 재정 이양과 자치권 강화 등의 내용보다 지역 숙원 해결이 담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뒤늦게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에 나선 대구·경북이 통합신공항 관련 문제 특혜까지 법안에 포함시키려 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광역 행정통합은 제한된 정부의 인센티브를 누가 더 많이 따먹느냐는 식으로만 흘러가는 분위기다. 정확한 규범도 없이 우후죽순처럼 진행된 행정통합이 가져 올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포괄적 행정통합 법안 제정의 필요성이 시급한 건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지자체장들이 모여 포괄적 행정통합 법안에 담길 기준과 내용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위로부터 진행된 메가시티 구축 시도의 실패로 인해 아래로부터의 통합 필요성을 절감한 부산과 경남의 목소리에 전국 단체장들이 호응했기 때문이다. 진작 마련됐어야 할 자리가 이제서야 성사된 것이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어려운 첫발을 내디딘 만큼 진정한 자치분권 강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정된 정부의 시혜를 먼저 따먹으려는 방식의 행정통합으로는 자치분권에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자치분권이란 모름지기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할 때라야만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