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건강할 결심' 도와주는 사회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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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영향 미치는 요인 '돈' 1위
실제 경제력 따라 건강 상태 차이
식단 관리와 운동에도 ‘비용 장벽’

전국 평균 수명보다 한 살 짧은 부산
의료·복지·체육 등 통합 접근 필요

“여윳돈으로 2억 5000만 원 정도 있습니까? 없으면 운동하셔야죠!”

연초에 만난 한 운동 전문가가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말은 이랬다. 2023년 기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추정한 1인당 평생 의료비는 2억 4656만 원이며, 가장 의료비 지출이 많은 나이는 78세라는 것이다. 억대 의료비를 부담하지 않으려면 건강할 때 운동을 하라는 조언이었다.

자료를 더 찾아보니 공단이 발표한 1인당 평생 의료비는 건강보험 급여비와 본인부담금 등을 합산한 금액이었다.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병원비가 약 2억 원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안심(?)이 됐지만, 불안을 완전히 떨치진 못했다. 지인도 그 불안을 건드려 운동의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는 ‘건강할 결심’을 미룰 수 없는 때라는 생각과 동시에 현실적인 고민이 든다. 운동할 시간과 장소는 어떻게 확보할까? 비용은 어느 정도 선이 적절할까?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25년 건강인식조사 보고서’에서 2000명의 응답자가 본인의 건강 상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 1순위로 ‘수입 및 사회적 수준’을 꼽았다.

실제 응답자의 수입에 따라 건강 정도가 달랐다.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22.4%가 건강하다고 답했지만, 800만 원 이상은 절반 넘게 (54.0%) 건강하다고 답했다. 반대로 건강하지 않다는 응답은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25.1%인 반면 800만 원 이상은 7.5%에 불과했다.

식단과 운동 등 건강에 투자하는 금액도 소득별로 달랐다.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월 9만 1000원을 사용했지만, 800만 원 이상은 20만 8000원을 사용했다. 건강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도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주 5.3시간, 800만 원 이상은 7.9시간이었다.

건강 불평등의 지표는 각종 조사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헬스장 시설이 잘 갖춰진 아파트에 살면, 굳이 시간을 내어 ‘산스장(산속 헬스장)’에 갈 필요 없다. 운동 기구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을 들여 전문가에게 자신의 몸에 맞는 사용법을 코칭 받는 것이 건강에 더 효과적이다. 관절에 부담 없는 수영이나 아쿠아로빅을 하려고해도 공공 체육시설에 자리 잡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사설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건강한 먹거리에도 경제적 장벽이 존재한다. 식재료가 건강하고 신선할수록 가격은 더 올라간다. 농약이나 화학 비료, 인공 첨가물을 써서 대량으로 생산된 식재료는 무농약,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거주 지역에 따라 신선한 식재료를 쉽게 구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물론 경제적 이유는 때론 운동을 미루거나 나쁜 식습관을 정당화하는 핑계가 된다.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면 맨몸으로 하는 플랭크나 푸쉬업 등으로 근육 운동, 계단 오르기나 달리기로 유산소 운동, 맨손 체조로 유연성 운동을 할 수 있다.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도 되고 비용도 덜 들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이나 배달 음식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의지 정도가 동일하다면, 접근성 높은 운동 시설과 운동 전문가의 도움이 있을 때 운동을 지속하기 수월하다. 하루 노동 시간이나 건강 정도, 거주 지역에 따라 운동이나 한 끼 식사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 달라진다.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이 대목일 것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강 인프라를 구축해 개인들이 의지 박약과 시간 부족이라는 난관을 넘을 수 있도록 돕는 일 말이다.

부산일보는 올해 초 ‘함께 넘자, 80세 허들’ 기획 보도를 통해 수도권과 부산, 부산 내 생활권역별로 기대수명의 차이를 조명하고 있다. 부산은 전국 평균보다 기대수명이 1년이나 짧았으며, 부산 안에서도 생활권별로 기대수명이 최대 6년 차이가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권과 계층에 따라 수명 격차는 심화하고 있는 것을 수치로 확인했다.

‘수명’에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중첩되어 영향을 끼친다. 운동기구가 놓인 소규모 공원을 곳곳에 만드는 수준의 대응을 넘어 복지, 의료, 인구 고령화, 생활 체육 등 다방면의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과 연령, 생활 행태별로 건강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려면 포괄적인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운동이나 식단 관리 등 건강을 챙기겠다는 결심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부족해서 등의 핑계 대기가 민망할 정도로 지역의 건강 인프라가 향상되길 기대한다.

송지연 스포츠라이프부장 sjy@busan.com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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