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화' 언급에 이란 호응했지만…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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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계획은 대화하는 것"
이란도 "전쟁 추구하지 않아"
극적 협상 타결 가능성 불구
강 대 강 충돌 관측 여전한 상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출발하는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출발하는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대이란 군사 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양측이 대화를 우선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면서 세계는 극적 협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까지 군사개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 계획을 언급한 데 이어, 이란 역시 미국과의 협상이 진전됐다고 밝히면서 일촉즉발의 긴장이 다소 완화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양측 모두 군사적 대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어 ‘강 대 강’ 충돌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1일(현지 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란 사태에 대한 향후 계획이 ‘대화를 통한 합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계획은 우리와 대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라고 말했다고 해당 기자가 X(옛 트위터)에서 전했다.

같은 날 이란에서도 대화에 무게를 두고 미국과의 핵 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란은 전쟁을 추구한 적이 없고, 결코 전쟁을 추구하지도 않으며, 전쟁은 이란과 미국, (중동) 지역 어느 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역시 “언론이 꾸며낸 전쟁 선동(hype)과는 달리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구조적인 준비가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처럼 대화에 방점을 찍은 양측의 메시지들은 미국이 이란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며 긴장이 극도로 치달은 직후에 나왔다.

미국은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앞세운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으로 전개했고, 최신 공군 전투기와 공중급유기도 중동 지역에 추가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의 감시용 항공기인 P-8A 포세이돈 대잠초계기가 이란 국경 근처 페르시아만·오만만 상공에서 포착된 것은 물론, 지난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 참여했던 F-35 전투기가 최근 유럽 포르투갈 기지로 이동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실제로 미 행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속전속결’로 이란 군사작전을 수행할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장기전을 피하면서도 신속하고 결정적인 공격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으며, 내부에서는 이란 지도부 제거와 혁명수비대 시설 타격을 포함한 이른바 ‘빅플랜’(big plan)까지 거론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날 이란 남부 항구도시의 한 아파트 건물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 사고를 두고 ‘미국이 혁명수비대 지도부를 직접 겨냥했다’는 ‘미국 공격설’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중동 주변 국가들 역시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있다. 이란과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는 물론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이 한목소리로 전쟁 반대 메시지를 낸 것이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에서 라리자니 사무총장과 만나 군사 긴장 완화를 포함한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알사니 총리는 이후 성명에서 “역내 긴장 완화를 목표로 하는 모든 노력에 대해 카타르 정부의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 협상 등 민감한 문제들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근본적인 입장차를 고려할 때 양측이 결국 합의점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이란에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의 영구 중단,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역내 이란 대리 세력에 대한 모든 지원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란은 핵 무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아미르 하타미 이란군 총사령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이 나라의 과학자들과 청년들이 순교할지언정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핵 과학 기술은 파괴될 수 없다”는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이란은 석유 수출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예정대로 실사격 훈련을 전개하기로 해 인근에 배치된 미군과의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에 대해 “미군과 지역 파트너, 상선 근처에서 이뤄지는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행동은 충돌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이란 측은 훈련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과의 대화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언제든 군사 옵션으로 선회할 여지를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거기(이란)로 향하는 큰 함대가 있다. 우리가 베네수엘라에서 갖고 있던, 사실 지금도 있지만, 함대보다 더 크다”라며 협상 좌초 시 군사작전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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