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별 차등요금제, 빠른 시일 내 전면 도입하는 게 맞다
기후부, 산업용에만 연내 적용 방침
주택도 포함 '원전 주민'에 혜택 줘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기후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지역별 요금제)를 주택용이 아닌 산업용에만 연내에 우선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역별 요금제 정책의 핵심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인재를 구하는 문제 때문에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지역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수도권에 몰려있는 기업들을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독려할 수단으로 지역별 요금제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이 비수도권에 기업을 이전시켜 좋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발언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당초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당시 약속한 지역별 요금제는 기업의 지역 이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원전 가동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부산, 울산, 경남 등 발전소 소재 지역민에게 직접적 혜택을 주자는 뜻으로 고안됐다. 따라서 이제 와서 주택용을 배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더욱이 대형과 소형모듈 등 신규 원전 3기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데 이어 추가 건설 가능성도 높다. 결국 원전 밀집지인 부울경 주민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이런 손해를 감내 중인 부울경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지역별 요금제를 주택용에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밝힌 정부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 장관은 간담회서 “일반 국민들까지 한꺼번에 지역 차등요금을 적용하는 게 당초에 목표로 하고 있는 정책 방향과 맞는가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부울경 주민들은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발의된 2022년 11월 이전부터 산업용과 주택용 등에 대한 전면 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 결과, 지역별 요금제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숙원 해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간의 이런 흐름을 무시한 김 장관의 말은 정부가 그동안 부울경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요금제 도입 방안을 연내 제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주택용 배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부울경 주민과 시민단체는 지역별 요금제가 당연히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고 예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돌변’한 입장은 수도권 민심 눈치 보기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상시적인 원전 불안감을 안고 살면서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에 보내는 부울경 주민들은 전기요금 혜택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수도권 주민들도 이번 기회에 전기가 지역 주민이 감내한 고통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지역별 요금제는 좌고우면할 사안이 아니다. 최대한 빨리 모든 분야에 도입해 효과를 극대화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