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낙하산?… 늦어지는 예탁원 사장 선임에 노조 반발
25일 청와대 앞서 기자회견
“대통령과 인연 등 정치성 배제
전문성·경험 있는 기관장 촉구”
금융위원회 인사 지연 영향 의혹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한국예탁결제원지부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낙하산·보은 인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탁원 노조 제공
한국예탁결제원의 사장 선임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노조가 코드·보은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하고 나섰다.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말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렸지만 그 뒤로 임추위가 중단되다시피하며 회장 선임 절차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현 이순호 사장의 임기가 3월 초까지인데, 그전에 새 사장이 선임될 가능성은 요원해졌다. 금융위원회 인사가 늦어지면서 예탁원 임추위 절차 또한 늦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한국예탁결제원지부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에서 사장 선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선임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기자회견에서 이재진 전국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자본시장에 있어 가장 핵심 인프라 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 기관장 선임 만큼은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한 진정한 금융시장의 발전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예금보험공사나 서민금융진흥원 등 기관장이 새롭게 선임됐다”면서 “그 기관장들은 대통령과의 인연, 선거 캠프에서 함께 했다는 이유로 과연 금융 기관의 수장으로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 코드·보은 인사를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이날 신임 사장이 갖춰야 할 최소 자격 요건으로 △금융정책 및 자본시장 업무 경험 △공공기관 경영 역량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 향후 인선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될 경우 추가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최근 금융위원회 조직 개편과 국장급 인사가 지연되면서 공공기관 인사 또한 전반적으로 늦춰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개 금융위 출신 인사들이 공공기관의 수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강동우 한국예탁결제원노조 지부장은 “자본시장이 안전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증권사가 거래소에서 매매를 중개하더라도 실물과 권리는 예탁결제원이 독립적으로 분리해 보관·결제하기 때문”이라며 “예탁결제원의 업무를 모르는 사장이 온다면 회사의 업무를 이해하는 데만 거의 한 1년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노조는 한국예탁결제원이 MSCI선진국 지수 편입 지원, 외국인 채권결제 인프라 개선, 전자주주총회 시스템 구축, 토큰증권(STO) 플랫폼 구축 등 한국 자본시장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진 위원장은 “예탁원은 과거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돼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자본시장과 회사의 발전이 정체됐던 경험이 있다”면서 “반드시 전문성과 경험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차기 사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은 차기 사장 공개 모집을 공고했다. 지원 자격은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공공법인 및 증권·금융 관련 업계에서 충분한 경력을 갖췄거나 근무 실적이 있어야 한다. 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01조 및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임추위가 진행이 되지 않았던 구체적 이유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고 대내외 사정으로 늦어졌다”면서 “사장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후임자가 올 때까지 근무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