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점퍼 입기 겁난다" 국힘 후보들 아우성
지선 출마자들 당 상징 색 기피
양당 지지율 격차 두 배 훌쩍
"차라리 흰 점퍼 입고 선거운동"
지지자들 항의에 잇단 곤욕도
'인물론' 초점 차별화 전략 부심
국민의힘 제공
“요즘 전통시장에 빨간 점퍼를 입고 나오면 일부러 저를 피하거나 다짜고짜 언성을 높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에 도전하는 예비후보 A 씨의 푸념이다. A 씨는 “차라리 무소속을 상징하는 흰색 점퍼를 입고 선거 운동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당명이나 색깔보다는 인물이나 공약을 봐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부산에서 ‘당선 보증수표’로 여겨졌던 국민의힘 당 상징색 빨간 점퍼가 이제는 민심의 눈총을 받는 대상이 됐다. 후보들 사이에서는 당 간판보다 개인 경쟁력을 앞세우는 ‘인물론’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은 대표적인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은 부산시장은 물론 16개 구·군 기초단체장을 모두 석권하며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 선거 분위기는 4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현장을 누비는 후보들의 평가다. 이들은 최근 당 지도부를 둘러싼 노선 갈등과 강성 지지층 중심 행보가 지역 민심 이반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구청장 후보로 나선 B 씨는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 당 지도부가 부산을 찾아 지원 유세를 펼쳐주겠지만, 우리 지역구에는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 지난 9~11일,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정당별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43%, 국민의힘은 17%를 기록했다.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 결의문’ 채택에도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지방선거 특성상 시장-구청장-시의원-구의원까지 모두 같은 당 후보를 찍는 ‘줄투표’ 성향이 강하다는 점도 후보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더블스코어’로 벌어진 당 지지율 차이를 후보 개인기만으로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예비후보 C 씨는 “중앙당의 ‘자중지란’을 따지는 주민들의 전화가 하루에만 10여 통씩 쏟아진다”며 “부모(당 지도부)의 잘못으로 자녀(지선 후보)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어찌됐든 자녀들은 살려줘야 하지 않겠냐며 호소하는 판”이라고 토로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단순히 정당 간 승패를 떠나 부산 보수 민심의 흐름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민의힘을 향한 현재의 싸늘한 지역 민심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정치 지형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시민들이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에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가 국민의힘에게 위기이자 쇄신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이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노선과 메시지를 재정비하는 대오각성과 환골탈태에 나설 경우 그동안 침묵해 온 이른바 ‘샤이 보수’와 중도층의 표심을 다시 돌려세울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남은 선거기간까지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혼란상이 지속될 경우 부산 지방권력 구도와 정치 지형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