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에 돈 몰린다…‘글로벌 빅파마’ 동맹 확대
AI 신약 중심 재편되는 R&D 전략
빅파마 AI 플랫폼 확보 경쟁 본격
상업화까지는 아직 높은 진입 장벽
연합뉴스
대형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들이 ‘AI 신약’ 동맹을 확대하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도 성공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기존 신약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18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2025년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 계약 금액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867억 달러(약 130조 원)를 기록했다. 계약 건수는 줄어 5년 내 최저 수준을 보였지만, 건당 평균 계약 규모는 약 11억6000만 달러로 47% 늘었다. 협력의 양보다 질과 규모가 커지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신약 개발의 고위험 구조에서 비롯됐다. 통상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15년, 1조~2조 원이 소요되지만 최종 승인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극히 낮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보물질을 선별하고 임상 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해 개발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후보물질 탐색과 초기 검증 단계에서 소요 시간을 크게 줄여 기존 방식 대비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빅파마는 AI 플랫폼 확보를 위한 대형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크리스탈파이는 60억 달러 규모 협력을 체결했고, 머크는 30억 달러 규모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도입했다. 일라이 릴리는 엔비디아와 5년간 최대 10억 달러를 투자해 공동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로슈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3500개 이상의 GPU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AI 팩토리’를 구축했다. 연구개발뿐 아니라 제조와 진단 영역까지 AI를 확대 적용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확인됐다. 개막식에서 ‘AI 기반 신약개발의 산업화’는 중요한 키워드로 다뤄졌다. 특히 엔비디아는 신약개발용 생성형 AI 모델을 함께 공개했다. 다른 제약사들도 AI를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임상, 생산, 품질 관리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AI 협업을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AI 기업과 공동 연구를 통해 초기 후보물질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도 범국가 프로젝트인 ‘K문샷’에 참여해 AI 기반 신약 개발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연세대학교 첨단바이오산업융합연구단과 AI 기반 질병 연구와 항노화 분야 공동연구, 바이오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다만 AI로 발굴한 후보물질이 최종 상업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임상 시험과 규제 승인 단계에서 요구되는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는 AI가 초기 성공 확률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데이터 신뢰성과 임상 검증 체계 확보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력의 양보다 규모와 기술력이 중요해진 시장이 됐다”며 “AI를 둘러싼 동맹 전략이 산업 판도를 좌우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