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잡으려다 집 태우고 이웃도 사망…2심도 금고 4년
사망한 30대 피해자, 생후 2개월 아기 엄마
원룸 화재 현장. 경기소방 제공
집에 나타난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불을 냈다가 화재가 확산돼 이웃 주민 1명을 숨지게 한 30대가 항소심에서도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1-3부(김종근 정창근 이헌숙 부장판사)는 A(30) 씨의 중과실치사상 및 중실화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 측이 양형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 1심의 금고 4년 형을 유지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5시 30분께 경기도 오산시 궐동로에 있는 5층 규모 원룸 건물 2층 자신의 주거지에서 쓰레기 더미 사이로 바퀴벌레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하자 라이터를 켜고 가연성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 화염을 방사해 주거지를 태운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 씨는 불이 주변에 있던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봉지, 주거지 벽과 천장 등으로 옮겨 붙자 인근 주민들에게는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현관문을 열어두고 건물 밖으로 대피한 뒤 119에 신고했다.
이후 소방대원의 지시로 뒤늦게 건물 2층에 올라가 "불이 났다"고 소리쳤으나, 이미 유독 연기가 퍼져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하고 다시 대피했다.
이 불로 인해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B(당시 36세) 씨가 연기를 피하려 창문 밖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딛고 1.5m 거리의 맞은편 건물로 대피하려다 14m 높이에서 추락해 병원 치료 중 숨졌다.
B 씨는 당시 생후 2개월 된 아기의 엄마였다. 사고 당시 남편과 아기는 맞은편 건물로 건너가 탈출에 성공했다.
원룸 화재 현장. 경기소방 제공
이 화재로 다른 40대 주민도 연기를 마셔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배달용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이 산적해 있는 좁은 원룸 방 안에서 불을 붙였고, 이후 현관문을 열어 둔 채 달아나 유독성 연기의 확산을 가속화했다"며 "피고인의 과실 정도가 매우 중하다. 피해자 B 씨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태어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피해자 자녀는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평생 살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양형 요소를 종합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형을 정했다고 보인다"고 항소기각 사유를 밝혔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