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비판 부른 이 대통령의 ‘부산 글로벌법’ 발언
이 대통령 전날 졸속성·재정 부담·정합성·형평성 거론
정부 협의, 국회 타당성 검토 마친 법안 2년 묵힌 건 민주당
특별자치도 법안 다수 처리, 법안 이행력 전남·광주 특별법보다 약해
이 대통령과의 ‘악연’, 여 주도 법안 아닌 데 정치적 비판이라는 지적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의 처리가 임박했던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부산 글로벌법)을 ‘포퓰리즘적’ 입법 사례로 콕 찍어 제동을 걸고 나선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의 지적 자체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역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
이 대통령이 전날(31일) 국무회의에서 지적한 부산 글로벌법의 문제는 네 가지 정도다. 이 대통령은 “부산이 특별법인가 만든다고 후다닥 그러고 있다”며 입법의 졸속성을 지적했고, 이어 법안으로 인한 재정 부담, 현 정부 국정 운영 기조와의 정합성, 타 광역시와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일단 이 대통령이 법안의 처리 속도를 문제 삼는 건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2024년 지역 여야가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한 이후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법안이 장기간 표류할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다. 부산 정치권이 수차례 법안 심사를 하자고 촉구하고 박형준 부산시장이 국회에서 천막농성까지 했지만, 민주당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갑작스런 태도 전환으로 법안 처리가 단시간에 급물살을 탔는데, 이를 이 대통령이 ‘후다닥’ 처리한다고 문제 삼는 건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부산 글로벌법은 행정안전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TF에서 각 부처 의견을 조율한 사실상의 정부 입법안이며,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법적 타당성 검토까지 마친 상태다.
또 부산 글로벌법의 경우, 법안에서 정부의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대부분이 정부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어서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정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속도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전남·광주 통합 특별법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담은 것과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
여기에 전북, 강원, 제주 등이 ‘특별자치도법’을 벌써부터 운영하고 있고, 이번에 지원 내용을 ‘업그레이드’한 개정안까지 처리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부산 글로벌법에 대해 타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오히려 역차별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광역시의 경우에도 이번에 광주와 전남이 통합 특별시법을 처리하면서 이미 ‘전례’를 남겼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발언 배경으로 과거 부산 글로벌법과의 ‘악연’을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부산은 부산 글로벌법 처리를 줄기차게 요구했고, 특히 대선을 앞둔 지난해 3월 이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박형준 시장과의 면담이 부산 글로벌법을 둘러싼 설전으로 파행을 빚기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그날 면담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공약인 ‘5극 3특’ 관철을 위해 지난해 말 행정통합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박 시장은 “제대로 된 통합을 해야 한다”며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면서 ‘2년 뒤 통합’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정부 기조와의 정합성’은 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이 대통령이 지적한 문제들은 법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배경이 깔린 것 같다”면서 “여당이 주도한 법안이 아니라고 ‘포퓰리즘’ 딱지를 찍는다면 이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진정성마저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