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도 모두 석유에서…중동전쟁에 생산 차질 가능성
3월 플라스틱 원료 20~30만원 인상
4월에 톤당 60만원 추가 상승 가능성
공급 불안에 원료공급 현실화할 수도
중동전쟁으로 플라스틱과 비닐 등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포장재 판매 점포를 찾은 한 시민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전쟁으로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4월부터 비닐과 포장재 등 플라스틱 가공품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플라스틱 가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까지는 원료 가격 인상 부담에도 물량 부족 문제는 없었지만 이달부터는 원료 수급 차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플라스틱 가공업계는 합성수지를 석유화학업체로부터 공급받아 한 달 뒤 가격을 통보받는 후불제 구조로 운영된다. 3월에 사용한 원료 가격이 4월에 확정되는 식이다. 전쟁 영향으로 지난달에 이미 3월 공급분 가격이 t당 20만∼30만원, 일부는 40만원까지 인상된 것으로 통보됐다.
문제는 이달 이후가 관건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이달에 t당 60만원 이상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량제 봉투에 쓰이는 원료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기준으로 2월에 t당 140만∼150만원 수준이던 가격이 두 달 새 100만원 가량 오르는 셈이다.
공급도 점점 불안해지는 모습이다. 중동산 원료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25일 가량 걸리는데, 이 시차를 고려하면 이달부터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식품 용기와 포장재, 비닐봉지 등 생활 전반에 쓰이는 플라스틱 가공품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모든 플라스틱의 원료가 결과적으로 석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종량제 봉투는 조달청과의 다수공급자계약(MAS)을 통해 납품되는데, 3년 단위 갱신으로 원가 상승분이 곧바로 납품단가에 반영되긴 어렵다. 이에 따라 납품업체는 원자재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수 있다.
또 플라스틱 가공업체의 대부분이 영세하다. 전체 2만 6000개 업체 중에서 10인 이상 사업장은 5500개 수준에 그치고, 나머지 80% 이상이 소규모 사업장이다.
의류에는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가 쓰이고 포장재 역시 석유화학 기반의 제품이 사용된다. 패션·뷰티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대체재를 찾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물량이 충분한 상태로 현시점에서 추가 포장재 확대 계획은 없다”며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고환율, 고유가, 고운임 등이 지속할 수 있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뷰티업계 역시 현재까지는 공급에 큰 차질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중동 전쟁 이후 종이 포장재 구매 관련 상담 문의는 30∼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재생 원료와 대체 소재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주요 원부자재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공급망 다변화, 협력사와의 협업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