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전쟁 여파 고삐 풀린 물가, 전방위적 대책 필요하다
유가인상 본격 반영 안 되고도 들썩
추경 유동성 공급 부작용 등 살펴야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윳값은 L당 1천946.42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경유 가격은 1천937.19원. 연합뉴스
종전이 예견되던 중동전쟁이 이란에 대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 타격 예고로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상징되는 전세계 에너지 가격 충격 여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는 에너지 수입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국내 소비자 물가를 밀어올리는 힘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일제히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크게 올리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분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문제는 중동전쟁에 더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들이 국내에 널려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분석한 지난 1분기 국내 서비스 물가지수 상승률은 2.4%로 나타났다. 외식 등 개인 서비스는 3.2%, 공업제품은 2.7%의 높은 물가지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높은 상승률이지만 여기에는 아직 중동전쟁 여파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각종 소비재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는 5월께에는 소비자물가가 더욱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중동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반영되기 시작하는 5월 이후 국내 물가 상승률은 3%를 웃돌 것이며 그 이후 전망조차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는 비관적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정이 커지면서 물가 불안은 전세계적으로 번지는 모양새이지만 국내에선 물가 자극 우려가 높은 정책까지 가세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쟁추경’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는 25조 원 규모의 정부 추경예산 편성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초과세수를 활용해 집행하는 추경이므로 빚을 내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금 살포식으로 이뤄지는 추경은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도 현금을 나눠줄 것이 아니라 유류세를 대폭 삭감하는 방식 등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하지 않는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만만찮게 제기된다.
국민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는 전쟁추경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용 금품 살포라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지자체가 매칭으로 부담해야 할 20~30%의 예산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비판과 지적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이 유동성 과잉 공급이 부를 물가에 대한 자극이다. 중동전쟁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돕는다는 명목의 추경이 중동전쟁 여파로 인한 물가 상승의 불씨에 끼얹는 기름 역할을 해서야 될 일인가. 정부는 추경으로 빚어질 유동성 공급 과잉의 부작용을 막고 물가의 고삐를 잡을 전방위적 대책 마련에 당장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