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선박 기름 85억 원어치 빼돌려 판매한 일당 검거… 총책 구속
113회 걸쳐 석유 1172만L 판매
시중가 50~70% 팔아 32억 챙겨
납품 기록·품질성적 등 위조해 등록
추가 공급책·조폭 개입 정황도 확보
외국적 선박과 관공선에 들어갈 선박 연료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출하 전표 등을 위조해 무자료 기름, 이른바 ‘뒷기름’을 판매한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부산해양경찰서 제공
외국 국적 선박과 관공선에 들어갈 선박 연료를 납품하며 출하 전표 등을 위조해 무자료 기름, 이른바 ‘뒷기름’을 판매한 일당이 해양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85억 원 상당의 기름을 공급해 32억 원가량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 기름 공급책과 조직폭력배 개입 정황까지 확인한 해경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외항선과 관공선에 무자료 기름을 대량 공급한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등 위반)로 60대 유류판매업자 A 씨를 구속하고, 공범 7명을 검찰에 불구속 상태로 송치한다고 7일 밝혔다. 판매 총책인 A 씨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외국적 선박 8척에 시중가보다 50~70% 저렴한 가격으로 무자료 기름을 대량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무자료 기름은 선박 급유 후 정제 업체에 맡기거나 폐기하지 않고 남겨둔 기름을 뜻한다. 해경 조사 결과 A 씨는 기름 공급책으로부터 시중가 30% 수준으로 저렴하게 확보한 무자료 석유를 보관했다가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박에 공급했다. 외항선 거래는 알선책들과 공모해 주문을 받고 운송책 2명을 동원해 해상 납품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관공선에는 탱크로리 차량을 이용해 경유를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적 선박과 관공선에 들어갈 선박 연료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출하 전표 등을 위조해 무자료 기름, 이른바 ‘뒷기름’을 판매한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사진은 위조한 출하전표 등 해경이 압수한 물품. 김재량 기자 ryang@
해경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113회에 걸쳐 1172만L에 달하는 기름을 판매했다. 외항선에는 75억 원 상당의 무자료 중유 1098만L를 총 83회 공급하고 관공선에는 약 10억 원의 무자료 경유 74만L를 30회 공급했다. 이를 통해 중유 27억 원, 경유 5억 원 등 32억 원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불법 유통 기름을 정상 제품처럼 꾸미기 위해 납품 기록 등이 적힌 출하 전표와 품질시험성적서까지 위조했다. 검수관 이름, 유류량 등을 그림판 이미지 편집 기능으로 조작해 파일을 국가관세정보시스템에 등록하고 허가서를 발급받았다. 해경은 이런 방식이 적발을 피하기 위한 신종 수법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 뒷기름 유통과는 반대로 이뤄진 거래라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통상 불법 기름 유통은 외항선에 들어갈 기름 일부를 국내용으로 빼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A 씨는 내항선 등 국내 유통망에서 빠져나온 무자료 기름을 다시 외항선에 공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망에 포착되지 않기 위해 세금 환급도 받지 않았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외국적 선박과 관공선에 들어갈 선박 연료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출하 전표 등을 위조해 무자료 기름, 이른바 ‘뒷기름’을 판매한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사진은 위조한 출하전표 등 해경이 압수한 물품. 김재량 기자 ryang@
해경은 기름 출처와 유통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관련 업체 2곳을 압수수색하고 계좌 추적과 매입·매출 자료 분석을 벌여 왔다. 현재 공급책 3명과 알선책을 추가로 특정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직폭력배들이 개입해 약 3000만 원을 갈취했다는 A 씨 진술도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또 출처 불명의 기름이 선박 등에 더 보관돼 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중동 지역 전쟁 여파로 유가가 오르는 시기를 틈타 기름 유통 질서를 흔드는 범행이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무자료 기름 공급과 서류 위조 같은 신종 수법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