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트럼프 위협에 "민간시설 공격 반복 시 더 큰 보복"
주변국 교량·테크기업 적시 경고
“민간시설 공격하면 두 배 보복”
미·이란 휴전안 접수 소식 촉각
이란 “일시 휴전 해협 개방 안 해”
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엔켈랍 광장에서 시민들이 “호르무즈해협은 여전히 폐쇄돼 있다”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개방 요구에 이란은 “민간시설 공격이 반복되면 파괴력이 더 큰 보복공격으로 맞서겠다”고 맞대응을 공언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개방 요구에 7일 저녁(현지 시간)까지 이란이 불응하면 이란의 발전시설과 교량 등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란 당국이 “민간시설 공격이 반복되면 파괴력이 더 큰 보복공격으로 맞서겠다”고 맞대응을 공언했다. 미국과 이란이 중재국인 파키스탄으로부터 구체적인 휴전안을 접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양측의 무력 충돌 이전에 합의가 관철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양대 군사조직인 정규군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통괄해 조율하는 군부 합동최고사령부 ‘하탐 알-안비야 중앙사령부’(KCHQ)는 6일(현지 시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성명에서 KCHQ는 “만약 민간 목표물에 대한 공격이 되풀이된다면, 우리의 다음 단계 공격 작전과 보복 작전은 훨씬 더 파괴력이 크고 광범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KCHQ 성명은 이란 국영 IRIB 방송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최근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에 대한 보복을 공언하면서, 미국 테크 대기업이 투자한 시설들과 주변국의 주요 교량들, 석유화학시설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해왔다.
2일 B1 다리, 5일 마흐샤르 석유화학 단지 등 이란의 민간 기반 시설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을 받은 후 이란 당국은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은 두 배의 보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미 이란 당국은 B1 다리 피격에 따른 잠재적 보복공격 대상으로 주변 페르시아만 국가의 주요 교량들을 제시했다. 이란 반 관영 파르스통신이 2일 전한 잠재적 보복공격 대상 목록에는 쿠웨이트의 ‘셰이크 자베르 알 아흐마드 알 사바’ 해상교량,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을 잇는 ‘킹 파드 코즈웨이’가 포함됐다.
현재 중동 전쟁을 벌이고 있는 쌍방은 상대방의 군사 목표물뿐만 아니라 민간시설에 대한 공격도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근 10여년간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성장시키려고 각별히 신경을 써 온 테크 산업도 큰 위협을 겪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유치했던 대규모 기술투자는 전쟁 개시 이래 디지털 인프라가 전장의 일부로 편입되면서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지난달 31일 배포한 성명서에서 18개 테크 관련 기업을 ‘적법한 타격 목표’로 지정했다. 해당 기업들 중 16곳은 미국 기업들로, 시스코, HP, 인텔,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메타, IBM, 델, 팔란티어, 엔비디아, JP모건, 테슬라, 제너럴일렉트릭(GE), 보잉이다.
이란은 이미 전쟁 초기인 3월 2일에 아마존웹서비시즈(AWS)의 UAE 데이터센터 2곳과 바레인 데이터센터 1곳을 공격했으며, 4월 1일에는 AWS 바레인 데이터센터 1곳을 공격했다.
이런 공격이 계속되면 올해 내 개장이 추진돼 온 예상 비용 300억 달러(45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UAE’ 계획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시설 면적이 26k㎡로 미국 밖에서는 최대 데이터센터가 될 이 계획에는 시스코, 오픈AI, 오라클, 엔비디아 등 미국 테크 대기업들과 아부다비 소재 G42 등이 참여한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발전소, 담수화 시설, 공항 등 인프라와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석유시설 등에 대한 공격도 계속하고 있다. IRGC는 5일 쿠웨이트와 UAE의 석유회사와 석유화학시설 등에 공격을 가한 후 “최근 적들이 마흐샤르 석유화학 단지, 카라지의 B1 교량 등 이란의 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한 데 대한 직접적인 응징”이라고 선언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일단 휴전 합의 후 종전을 논의하는 2단계 협상으로 구성된 중재안을 수령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보도하면서 중동 전쟁 국면이 전환될 수 있다.
이번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 전쟁의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양측의 적대 행위 종식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 이날 미국과 이란에 전달했다. 중재안은 즉각적인 휴전 후 종전을 비롯한 포괄적인 최종 합의로 이어지는 2단계 접근을 골자로 한다.
만약 계획안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양측은 즉각 휴전하고, 이는 호르무즈해협의 재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전달된 중재안에 담긴 사항들에 관해 아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란 측 고위 관계자는 "이란은 현재 미국이 영구적 휴전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며 "일시적인 휴전과의 교환이라면 호르무즈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