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2주간 휴전] 파국이냐 종전이냐… 지구촌 운명 가를 짧디 짧은 2주
휴전 후 협상 전망과 과제
미·이란 모두 출구 전략 시급
핵 개발 등 핵심 쟁점 논의 속도
종전 협상까진 신뢰 구축 필수
중국 막판 중재자 역할에 촉각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충돌 직전까지 치닫던 군사 대치를 멈추고 ‘2주 휴전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중동을 뒤흔들던 전쟁이 일단 최악의 확전 위기를 넘겼다. 서로를 향해 파국을 경고하며 ‘치킨게임’을 벌이던 양국이 협상 시한 종료를 눈앞에 두고 급선회하면서, 이번 휴전이 전면전으로 향하던 흐름을 되돌릴 전환점이 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다.
양측은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시한에 임박해 휴전안 수용 사실을 동시에 발표했다. 전쟁 개시 이후 38일 만에 성사된 첫 공식 휴전이다. 미국과 이란은 향후 협상에서 호르무즈해협 운항 정상화와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 파국 직전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이란에 ‘48시간 시한’을 제시하며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교량과 발전소 등 인프라 시설을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세 차례 시한을 연장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한 당일인 이날 오전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최후통첩성 경고를 보냈다.
미국이 실제 공격에 나설 경우 이란의 보복과 중동 전역 확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호르무즈해협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 경제 충격이 한층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세계 금융시장까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협상 분위기를 반전시킨 계기는 파키스탄의 중재였다. 시한 약 5시간 전 ‘2주 휴전 중재안’이 공개 제안되자 양측이 이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결국 극적 합의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기조 속에서도 휴전안을 수용한 것은 확전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인프라 파괴와 해협 봉쇄 장기화는 글로벌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내 반전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에도 큰 부담이 된다. 민간 인프라 공격이 전쟁범죄 논란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역시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미국의 인프라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수출 기반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고, 해협 봉쇄 장기화는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 모두 체면을 유지하면서 출구를 모색할 ‘완충 장치’로 휴전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관심은 향후 2주 협상의 성패에 집중된다. 미국과 이란이 장기적인 전쟁 종식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그간 주로 중재국을 통한 간접 협상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해 온 양측은 직접 협상으로 전환하고 논의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최소한의 신뢰 구축 조치와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접근을 이루게 된다면 휴전은 본격적인 종전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의 운항 정상화와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 등과 관련한 합의 도출이 협상 진전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 이란의 안전 보장 및 전쟁 피해 배상 등도 논의 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란은 해협 봉쇄가 국제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확인한 만큼 이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완전한 종전 선언과 상호 불가침 보장, 평화적 핵 이용 및 미사일 개발 권리 보장 등 핵심 요구 사항들을 관철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악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 없이 ‘2주 휴전’이 종료된다면 미국은 다시 군사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이란도 이에 맞서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충돌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수입하는 에너지 규모가 상당한 중국이 5월 중순으로 재조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란이 파키스탄의 휴전안을 수용하기까지 중국의 막판 개입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2주 휴전’은 전쟁의 끝이 아니라, 더 큰 충돌과 외교적 타협 사이에 놓인 짧은 유예기간일 가능성이 크다. 양국이 이 시간 안에 최소한의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중동 정세는 다시 한 번 파국의 문턱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