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물가 압력 커지면 정책적 대응 필요” (종합)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가능성 작다”
“외국인 매도, 환율 상승 주도”
“신현송 애국심, 해외자산보다 크다고 믿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에는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현시점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작다”면서도 “2주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된다면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와 현재 이란 전쟁에 따른 경제 여건 변화에는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러·우 전쟁 당시는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수요가 확대되면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국면이었다”며 “전쟁 충격이 경기를 둔화시키기보다는 물가를 크게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금은 전쟁이 물가뿐 아니라 경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와 경기 간 상충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며 “환율 수준이 크게 높아져 있고 팬데믹 이후 고인플레이션기를 겪은 경제 주체들이 물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최근 고환율 상황에 대해 이 총재는 “외국인 주식 매도가 (환율 상승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작년과는 차이가 있다”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외국인 주식 매도 액수가 478억 달러인데, 작년 한 해 전체가 70억 달러였다. 올해 3월에만 298억 달러가 나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 사태가 안정되면 그 이전에 환율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간 것만큼 빠르게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관련해 “이번 추경은 재정 적자, 부채를 통해 조달된 게 아니라 초과 세수를 통해 조달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번 추경안에 지방 교육 재정 교부금이 4조8000억 원이 들어가 있다”며 “경기 대응을 해야 하는데 초과 세수가 생겼다고 이것을 초중고등학교 교육 예산으로 보내는 것이 과연 목적에 합당한가, 이런 경직성은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의 외화 자산 비중이 높다는 비판에 대해 이 총재는 “국민 정서에는 어긋날지 모르지만 해외 인재를 모셔 오는데 외화 자산이 있다고 해서 여러 우려를 하는 것은 너무 크게 고려하는 것 아닌가”라며 “신 교수의 애국심이 (그가) 가진 자산보다 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