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바꾸는 부산] 보이지 않던 곳에 닿은 성금, 아이들의 일상이 달라졌다
황미영 해운대구장애인복지관장·박자웅 동성원 사무국장
지원 밖 ‘느린학습 아동’ 맞춤형 교육
학습·사회성·가족까지 잇는 통합 지원
아동양육시설 오래된 급식 시설 개선
해치우던 식사가 함께하는 시간으로
부산 해운대구장애인복지관 황미영(왼쪽) 관장과 동성원 박자웅 사무국장. 부산사랑의열매 제공
장애 기준에도 일반 교육에도 속하지 못해 지원의 틈에 놓인 아이들. 그리고 늘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낡은 환경에 머물러야 했던 아이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부산사랑의열매) 성금은 이렇게 ‘보이지 않던 자리’에 닿았다.
부산 해운대구장애인복지관 황미영 관장은 “느린학습 아동은 ‘지원 대상과 일반 교육 사이’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아 특수교육을 받기 어렵고, 일반 교육에서는 개별 지원이 부족해 학습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고 했다.
황 관장은 “반복되는 실패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이 낮아지고, 또래 관계에서도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습 문제를 넘어 정서와 사회성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이 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작된 것이 ‘느린학습 아동 사회적응력 향상 맞춤형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부산사랑의열매 공모사업을 통해 3년째 이어오고 있다. 황 관장은 “복지관 자체 자원만으로는 학습·사회성·가족을 함께 지원하는 통합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웠다”며 “공모사업을 통해 비로소 구조를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은 단순한 학습 보충이 아니라 반복 학습과 사회성 프로그램, 보호자 코칭을 함께 묶은 통합형이다. 황 관장은 “아이 수준에 맞춘 반복 학습으로 ‘작은 성공 경험’을 쌓게 하고, 역할놀이와 협동활동을 통해 또래와 관계를 맺도록 돕는다”며 “부모 교육까지 병행해 가정에서도 같은 방향의 지원이 이어지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변화는 분명했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교실 한쪽에 머물던 아이가 이제는 친구와 의견을 나누고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한 보호자는 “학교에서 늘 외로워하던 아이가 이제는 먼저 도전하고 친구와 어울리고, 집에서도 ‘나도 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황 관장은 “단기 프로그램으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며 “특히 학교와 복지관, 지역사회가 긴밀히 협력해 아동의 변화를 중심으로 지원을 연결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다”고 당부했다.
부산 금정구 아동양육시설 동성원 박자웅 사무국장은 “아이들 생활과 직결된 운영비를 먼저 쓰다 보니, 식당 개선은 늘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상황을 털어놨다. 1951년부터 운영된 시설인 만큼 식당은 오랜 기간 좌식 구조와 노후 설비로 버텨 왔다.
박 사무국장은 “성장기 아이들이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웠고,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도 많았다”며 “배식대가 부족해 일반 책상을 활용하는 등 급식 환경 전반이 불편했고, 주방 역시 노후돼 위생과 안전 측면에서도 늘 신경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부산사랑의열매 지원으로 식당은 입식 구조로 바뀌고, 주방과 배식 환경도 전면 개선됐다. 박 사무국장은 “시설이 바뀌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아이들의 모습이다”며 “예전에는 식사가 ‘해치우는 시간’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식사 시간 자체가 편안한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식사 시간에 대화가 많아지고 웃음이 늘었다. 박 사무국장은 “오래된 식당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와 불편한 자리 때문에 식사 시간마다 도망 다니던 아이가 새로 바뀐 식당에는 가장 먼저 내려오더라”고 말했다.
부산사랑의열매는 현장점검을 통해 시설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지원에 나섰다. 박 사무국장은 “단순한 노후 시설 교체를 넘어 아이들이 매일 머무는 생활환경의 질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린 지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양육시설은 생활공간이 곧 성장환경인 만큼 작은 변화도 아이들에게 크게 작용한다”며 “이런 변화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사랑의열매는 이번 사업을 통해 동성원을 포함한 11개 기관에 4억 8000만 원의 환경개선비를 지원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