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심해저 자원 탐사, 국제 해양법과 함께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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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지난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서태평양 공해 해역에서 해저 희토류 탐사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원 자립도가 높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러한 탐사 성과는 충분히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한 성취다. 자원 탐사 기술의 독자적 확보와 해저 지질 정보의 축적은 우리나라 자원 안보 역량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 대한 자부심과 별개로, 심해저 자원 탐사가 이루어지는 국제법적 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 바다의 헌법이라 불리는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은 제11부에서 심해저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심해저란 국가 관할권 이원 지역의 해저와 하층토를 말한다. 유엔 협약은 이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선언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해양법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인류의 공동 유산인 심해저 자원은 어느 한 국가가 독점적으로 점유하거나 개발할 수 없다. 유엔 협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해저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ISA)의 체계를 통해서만 탐사와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 서태평양 해저 희토류 탐사 성과

국제법 규정 없어 개별 국가 개발 한계

기술·경험 축적하며 규범 제정 준비를

이러한 원칙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탐사를 통하여 심해저에서 막대한 희토류 매장량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원을 우리나라가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유엔 해양법 협약의 심해저 제도 하에서는 자원에 대한 탐사 자체도 개별 국가가 자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해저기구는 심해저 자원 탐사를 위한 규칙을 제정하고 있으며, 자원을 탐사하고자 하는 국가는 이 규칙에 따라 국제해저기구와 탐사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현재 탐사 규칙이 제정된 광종은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세 가지에 한정되어 있다. 희토류에 대한 별도의 탐사 규칙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번 심해저 희토류 탐사는 유엔 협약 제3부속서 제2조에 규정하고 있는 심해저 자원의 존재와 분포를 파악하기 위한 개괄 탐사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유엔 협약에 따를 때 개괄 탐사자는 활동 개시 이전에 국제해저기구 사무총장에게 탐사 시행 예정 지역을 통보해야 하고, 국제해저기구에 의한 개괄 탐사자의 해양 환경 보호에 관한 규칙 준수 등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제법적 관점에서 이번 활동이 심해저 제도와의 정합성에 대한 의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국제해저기구는 망간단괴 개발을 위한 개발 규칙 제정 협상을 수년간 진행 중이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의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자원의 심해저 개발이 심해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전주의적 심해저 개발 정지를 요구하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광종에 대한 개발을 위한 규범 체계 마련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희토류라는 새로운 광종에 대한 탐사 규칙 제정을 국제해저기구에 요청하는 것도 시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법적 환경을 고려할 때, 보다 전략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서 공해 해양 과학 조사는 모든 국가에 보장된 자유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심해저 희토류 부존 지역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자 한다면, 심해저 지질 구조와 해저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해양 과학 조사라는 틀 안에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희토류 관련 정보를 축적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로 확인된 희토류 부존 정보는 국가 차원에서 비밀리에 전략적으로 관리하여 향후 국제해저기구에서 희토류 탐사 규칙이 제정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탐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이라 생각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축적한 심해저 탐사 기술과 경험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역량이 국제 해양법의 틀 안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기술적 성과와 법적 정합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 국제법에 대한 깊이 있는 사전 검토를 거치고 국제해저기구와 소통을 통해 우리의 활동이 국제 규범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해양 선진국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뛰어난 해양 과학 기술 뒤에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전략적 지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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