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보호 대신 탄압?…삼성전자 노조 ‘블랙리스트’ 논란 확산
사측, 경찰 수사 의뢰
지난해 9월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노조연대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해야 할 노조가 오히려 ‘미가입자 색출’에 나서며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논란에 휩싸였다. 노조 미가입 직원을 특정 및 공유하는 정황에 삼성전자는 결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노조의 정당한 활동 범위를 과도하게 넘어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사내 공지를 통해 “특정 부서의 단체 메신저 방에서 수십명 이상의 부서명, 성명, 사번, 조합가입 여부 등이 기재된 명단 자료가 전달된 사실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업무와 무관한 목적으로 임직원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공유한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며 지난 9일 경기도 화성동탄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내 메신저 등에서 부서명, 성명, 사번 등이 표기된 노조 미가입자 명단이 확산했다. 일부 직원들이 노조 가입 사이트의 ‘사번 중복 확인’ 기능을 악용해 특정 임직원이 노조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명단을 작성해 유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노조가 총파업 계획을 알리며 파업 미참여 직원을 색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상황에서 이번 블랙리스트 작성에 노조가 관여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달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노사 협의가 필요한 강제 전환 배치나 해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며 업무방해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등 여러 법적 책임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