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열 부산시 총괄계획가 “난 발밑만 보고 걷는 사람… 늘 도시 공간 혁신 구상 중”
국내 도시계획 분야 1세대 전문가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도 맡아
부산 미래 비전 ‘자급 도시’ 제안
특혜·기여분 교환 통해 재정 확보
“한마디로, 발아래만 보고 걷는 사람이죠.”
부산시가 부산대 공과대학 최열 명예교수를 총괄계획가에 위촉했다. 총괄계획가, 몇 번을 곱씹어도 낯선 직책이다. 행정 업무가 산적한 부산시청 안에서 대체 무엇을 계획한다는 의미일까. 최 총괄계획가는 “누군가는 도시 전략을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현안도 조율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 부산시가 만든 직책”이라고 설명했다.
인구의 유입과 유출에 맞춰 도시가 무분별하게 확장과 축소를 거듭하던 시절은 끝났다. 세계 유명 도시마다 ‘사이버 도시’ ‘콤팩트 도시’ ‘입체 도시’ 등 다양한 개념의 전략을 내놓고 이를 중심으로 공간을 혁신하는 중이다.
부산시에서는 최 총괄계획가가 땅에 선을 긋고 그림을 그리듯 새로운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그가 발아래만 보고 걷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국 도시계획 분야의 1세대나 다름없는 최 총괄계획가다. 그 덕에 3년째 국토부의 중앙도시계획위원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문에 그치는 계획위원보다 직접 도시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구현해 낼 수 있는 계획가가 더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최 총괄계획가가 바라보는 부산은 어떤 도시일까. 그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지만 한계도 뚜렷한 공간이라고 짚었다. 산과 강, 바다에 갇혀서 도시 확장성이 극도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 총괄계획가는 “내륙에서는 산복도로가, 해안가로는 해안도로가 상징일 정도로 부산은 극단적인 선형 도시”라며 “한쪽으로 뻗기만 하고 내부에서 순환이 되지 않아 개발이 어려운 땅”이라고 했다.
게다가 국제적인 관광도시인 부산은 정주 인구와 유동 인구의 간극마저 크다. 최 총괄계획가는 “다들 유럽의 도시들을 부러워하지만 도시 대부분이 정주 인구가 100만 명 수준”이라며 “정주 인구가 330만 명에 여름철이면 1000만 명의 유동 인구가 몰려다니는 부산에서는 도시계획을 아무리 잘해도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렵다”라며 웃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 총괄계획가가 제안한 비전은 자급 도시다. 순환에 한계가 있으니 여러 개의 코어에 자급 도시를 조성하고, 그 안에 15분 내 교육과 의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공항이 들어설 가덕도 인근에는 공항도시, 북항 인근에는 수변도시 등 순환시킬 수 있는 곳은 순환시키고 그렇지 못한 곳은 자급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런 비전 속에 부산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조건으로 최 총괄계획가는 ‘특혜’를 꼽았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의미의 특혜 말이다. 그는 “유동인구 1000만 명을 바라보고 공공 인프라를 감당하기에는 재정에 한계가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민간에 특혜를 주고 이에 대한 기여분을 받아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존 사전협상제를 공공기여제로 명칭을 변경한 것도 최 총괄계획가다. 진짜 특혜는 오가는 기여분 한 푼 없이 지구단위 계획이 변경되던 왕년 그 시절의 그 조치들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총괄계획가는 “재정과 특혜 시비는 있겠지만 지금 입안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은 분명 시간이 지나며 부산에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 주게 될 것”이라며 “바다로 막힌 수영구와 남구, 해운대구를 잇기 위해 건설한 광안대교가 부산 관광을 먹여 살리듯 부산의 순환을 위해 탄생하는 이들 시설물은 새 시대에 새 쓰임을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