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심 창업주 신춘호 사람도 짐쌌다…백산수 사업 쇼크 후폭풍
백산수 사업 부진에 인적 쇄신
매출 3년째 내리막…생산량 급감
공장 가동률도 30%대…평균보다 낮아
해외 매출 비중 30% 목표 공염불 우려
농심의 백산수. 농심 제공
농심 창업주인 고(故) 신춘호 회장의 생수 사업 기틀을 닦았던 안명식 중국 연변농심광천음료유한공사(연변농심) 법인장(대표이사)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농심의 생수 브랜드 백산수 사업이 실적 부진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자 인적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 법인장은 지난해 11월 단행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 법인장직을 내려놓았다. 안 법인장은 농심 내에서는 백산수의 산증인이자 고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물로 무병장수’를 외치며 사업보국을 꿈꿨던 고 신 회장의 꿈을 실현시킨 인물이기 때문이다.
안 법인장은 2003년부터 신 회장의 특명을 받아 아시아, 유럽, 하와이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생수 사업을 위한 최고 수원지를 찾아다녔다. 이후 백두산 내두천을 수원지로 최종 선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2015년 중국 지린성 이도백하진에 들어선 백산수 연변 공장의 초기 설계와 건설을 총괄했다. 또 단 2명만 등록되는 수원지 출입자일 정도로 민감한 부분까지 직접 챙겼다.
농심 관계자는 “안 법인장은 작년 연말에 해촉된 게 맞고 현재는 고문으로 계신다”고 밝혔다.
농심의 연변농심 법인장의 교체 이유로는 백산수의 실적 부진이 거론된다. 창업주의 비전 사업을 상징하던 인물이 물러난 것은 그만큼 백산수 사업의 위기감이 내부적으로 상당하다는 증거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농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변농심의 매출액은 4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1% 감소했다. 지난 2022년 매출 690억 원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다.
특히 연변농심의 매출을 책임질 백산수 생산량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백산수의 생산량은 2024년 23만 8000t에서 지난해 15만 7000t으로 무려 34% 급감했다. 이에 따라 백산수 전용 생산 기지인 연변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32.8%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년 대비 10.2%포인트(P) 급락한 수치다. 농심 해외 사업소 전체 평균 가동률인 40% 수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와 실적 악화로 인해 백산수를 에비앙처럼 아시아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앞서 농심은 지난해 약 25%였던 백산수의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장기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생산량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고 공장 가동률이 저하된 상황에서는 이 같은 중장기 목표 달성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게다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백산수의 국내 시장점유율도 농심의 숙제다. 백산수는 국내 생수 시장에서 3위이지만 시장점유율 8%로 1위 제주삼다수(40%), 2위 아이시스(13%)와 격차가 크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생수 시장 상황이 지금보다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변농심은 (향후) 중국 내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