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없애야" 조카 고문해 숨지게 한 무당, 무기징역→징역 7년으로 감형된 이유는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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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를 고문해 결국 숨지게 한 80대 무속인의 혐의가 달라지면서 무기징역에서 징역형으로 감형됐다.

21일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 (81·여) 씨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살인과 살인 방조 혐의로 각각 기소된 그의 자녀와 신도 등 공범 6명에게도 징역 10∼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상해치사 방조 혐의를 적용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 씨 등은 2024년 9월 18일 인천시 부평구의 한 음식점에서 30대 여성 B 씨에게 3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조카인 피해자 B 씨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곁을 떠나려고 하자 "모친을 죽이고 싶어 하는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도와 자녀를 동원해 철제구조물을 제작한 뒤, B 씨를 결박해 고문했다.

고통을 호소한 B 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다음날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숨졌다.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굿이나 공양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장기간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해왔다. 때문에 피해자의 부모는 오히려 이들에게 고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상해치사 혐의로 A 씨 등을 송치했으나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살인 혐의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결박하고 장시간 고문했는데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범행 방식이 잔혹하고 엽기적"이라며 "(피고인들은) A 씨의 친척이나 가족들로 반인륜적 범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경련을 일으키면서 정신을 잃었다"며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겪었을 고통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피해자는 범행을 당한 후 2시간이 넘도록 구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숨졌으나, 피고인들은 범행 은폐를 위해 현장을 정리하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에는 '숯 위에 엎어졌다'라거나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부모는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으나 (피고인들이) 자기 잘못을 뉘우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합의금이나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종합해볼 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을 경우 인정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보고 피고인들이 중대한 위해나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여지는 있었다"면서도 "이를 넘어 사망의 결과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범행 전 과정이 CCTV에 모두 녹화됐으나 이를 방치한 점, 뒤늦게나마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구급대에 신고한 점 등을 보면 계획적 살인이나 조직적 은폐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해자가 의식을 잃는 것을 보고도 주술을 멈추지 않는 등 상해의 고의와 사망 예견 가능성은 있었다"며 상해치사 및 방조죄는 성립한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조카를 평소 진심으로 아낀 것으로 보이는 점, 왜곡된 무속적 사고방식 아래 치료 목적으로 주술을 한 점, 피해자 모친이 선처를 거듭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공범들을 향해서는 "오랜 기간 신앙 공동체 생활을 하며 A 씨를 맹종하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정신 치료라는 믿음으로 의식에 참여하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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