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레일러닝은 속도 경쟁 아닌 자연의 흐름에 맞추는 것”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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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부산가톨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대학 수업에 트레일러닝 도입
학생과 친밀해지고 소통 원활
한 해 15개 정도 대회도 출전
스포츠마사지 등 봉사도 호응


부산가톨릭대 자율전공학부 이승훈 교수. 부산가톨릭대 자율전공학부 이승훈 교수.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주연 배우 유해진이 요즘 즐겨한다는 운동이 ‘트레일러닝’이다. 유해진은 ‘왕과 사는 남자’ 촬영 현장인 영월에서도 틈틈이 트레일러닝을 할 정도로 마니아로 알려졌다. 트레일러닝은 산길이나 들판 등 자연 지형을 달리는 운동으로, 하체 근육은 물론 전신 근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부드러운 흙길을 달려 관절 부담이 적은 장점도 있어 요즘 인기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자율전공학부 이승훈 교수는 대학 수업에 이 트레일러닝을 도입했다. “강의실에서 수업하는 것보다 자연 속에서 가볍게 달리면 해방감이 들고,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집중력도 높아집니다. 학생들과 대화도 훨씬 부드러워지고요.” 트레일러닝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도 잘 되고 더 친밀해졌다는 게 이 교수의 말이다.

스포츠철학을 전공한 이 교수가 트레일러닝을 수업에 접목하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대유행 때부터다. 당시 비대면 강의에 학생들이 너무 답답해 하자, 강의실을 벗어나 학교 앞 산속(윤산)에서 수업하던 것이 트레일러닝으로 전환되었다. 트레일러닝 수업을 5~6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대회 참가도 늘었다. 이 교수는 “매년 15개 정도 대회에 학생들과 함께 참가한다. 대회가 주로 도시 외곽 지자체에서 열리는데, 여행하는 기분도 든다”며 “졸업하고도 계속 참가하는 제자들이 많아 선후배 간 교류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한 이승훈 교수.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한 이승훈 교수.

국내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 대회는 한 해 50개가 넘는다. 참가자 규모는 적게는 200명, 많게는 4000명까지 된다.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최대 160km를 2박 3일 일정으로 달리는 국내 최대 규모다. 부산에선 내달 백양산과 금정산 일대를 달리는 ‘부산50K’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교수와 학생들은 대회 출전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에게 스포츠테이핑, 스포츠마사지 등 봉사도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교수는 “졸업생 중에는 건강운동관리사, 물리치료사도 있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오르막이 이어지거나 돌길이 많은 코스에 따라 마사지도 달리 해야 하는데, 저희 학생과 졸업생들이 맞춤형 서비스를 잘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회에선 이 교수팀을 초청하기도 한다고.

트레일러닝은 최근 1~2년 새 유행하기 시작한 스포츠다. 이 교수는 일반인에게 비교적 생소한 트레일러닝 문화 정착과 이론적 토대를 정립하기 위해 세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 예정인 논문도 세 편 더 있다. 트레일러닝을 주체로 한 연구자는 이 교수가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한 이승훈 교수.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한 이승훈 교수.

그래서 궁금했다. 그가 생각하는 트레일러닝의 매력은 뭘까. “트레일러닝은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자신의 리듬을 이해하고, 자연의 흐름에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잘 달리는 것도 좋지만 잘 걷는 것도 필요합니다. 오르막에선 걷고 내리막길에선 욕심을 줄여야 더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는 제가 가르치는 스포츠철학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너무 과열된 경쟁보다는 공정하고 건강하게 즐기는 스포츠인 거죠.”

이어 이 교수가 강조한 건 일종의 ‘동료애’다. “힘든 코스를 같이 뛰다 보면 다리에 쥐가 나거나, 물이 부족해 힘들어 하는 참가자를 보게 됩니다. 그럴 땐 누구를 막론하고 서로 도와주게 됩니다. 자연을 공유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 트레일러닝의 또다른 매력이죠.”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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