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탐런’ 효과 제대로 보려면 취약 과목에 더 투자를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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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사, 수능 데이터·설문 분석 보고서

과탐 영역서 사탐으로 갈아탄 수험생
과탐 조합 유지한 학생보다 성적 상승
국어·수학 비약적 점수 향상은 안 돼
물리적 확보된 시간, 학습 질로 연결을

과학탐구에서 사회탐구로의 전환이 탐구 성적 상승에는 효과가 있지만 국어와 수학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 부산일보DB 과학탐구에서 사회탐구로의 전환이 탐구 성적 상승에는 효과가 있지만 국어와 수학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 부산일보DB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이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앞두고, 수험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사탐런(과학탐구에서 사회탐구로의 전환)’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필승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그 효과가 탐구 성적 상승에는 효과가 있지만 국어와 수학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탐 전환자 80.7% 성적 상승

입시정보 플랫폼 진학사가 2025~2026학년도 2년 연속 정시 합격예측 서비스를 이용한 ‘N수생 3만 7733명의 실제 수능 데이터’와 ‘성적 향상을 경험한 재수생 842명의 설문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동일 수험생의 2개년 성적 변화를 추적했다는 점에서 사탐 전환의 실제 효용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과탐 영역에서 사탐으로 갈아탄 수험생들의 성적 상승 효과는 유의미했다. 과탐 2과목에서 사탐 2과목으로 완전히 전환한 N수생의 80.7%가 백분위 5점 이상의 성적 향상을 경험했다. 이는 과탐 조합을 그대로 유지한 수험생들의 상승 비율인 46.4%와 비교했을 때 무려 34.3%포인트(P)나 높은 수치다.

과목 하나만 사탐으로 바꾼 ‘부분 전환’ 수험생들 역시 70% 안팎의 높은 성적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학습량이 많고 등급 확보가 어려운 과탐 대신,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사탐을 선택함으로써 탐구 영역에서 안정적인 고득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실제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국어·수학 성적 전이 효과는 글쎄

‘사탐 전환’이 입시 전반의 만능열쇠는 아니었다. 대다수 수험생이 사탐런을 선택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탐구 학습 시간을 줄여 국어와 수학 등 주요 과목에 투자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실제 성적 데이터는 이러한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국어 백분위가 5점 이상 상승한 비율을 살펴보면, 사탐 전환 그룹(54.5%)과 유지 그룹(52.4%)의 차이는 2.1%P에 불과했다. 수학 역시 두 그룹 간의 차이가 1.6%P로 미미하게 나타났다. 사탐 선택으로 확보한 여유 시간이 국어와 수학 성적의 비약적인 향상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탐구 과목 변경으로 물리적인 시간은 확보할 수 있을지언정, 그 시간을 실제 국어·수학 실력으로 치환하는 ‘학습의 질’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수학마저 ‘실리’ 위주 이동

성적 향상을 이룬 재수생 8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는 더욱 구체적인 수험생들의 심리를 보여준다. 고3 시절 과탐을 한 과목이라도 선택했던 학생 중 54.6%가 재수 과정에서 사탐이 포함된 조합으로 이동했다. 이는 전체 N수생 평균 전환율(48.0%)보다 높은 수치로, 성적이 오른 집단일수록 더 과감하고 전략적인 과목 교체를 단행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고3 때 ‘과탐 2과목’을 고수했던 학생 중 29.3%가 ‘사탐 2과목’으로 완전히 전향했으며, 22.9%는 사탐과 과탐을 하나씩 섞는 혼합 전략을 택했다. 이로 인해 재수 기간 중 과탐 2과목 응시 비중은 고3 시절(53.9%)의 절반 수준인 26.5%로 급감했다.

이러한 ‘실리주의’ 경향은 수학 영역에서도 뚜렷했다. 고3 시절 67.9%에 달했던 미적분 선택 비율은 재수 후 55.5%로 줄어든 반면, 확률과 통계 선택자는 29.3%에서 41.4%로 12.1%P나 증가했다. 이공계열 진학을 목표로 하더라도 학습 부담을 낮추고 확실한 표준점수나 등급을 따기 위해 과목을 조정하는 추세가 강화된 것이다.

■승부는 시간의 밀도

수험생들이 과목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단연 ‘공부 난이도’(40.4%)였다. 이어 ‘점수 유불리’(12.0%)가 뒤를 이었다. 반면 대학 진학 후 전공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했다는 응답은 8.9%, 과목 자체에 대한 재미나 흥미를 고려했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대학 간판과 합격이라는 당면 과제 앞에 ‘전공 적합성’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재수생은 1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투입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집단이기에, 전공 연계성이라는 명분보다 점수 확보라는 실리를 택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 소장은 “사탐런이 탐구 점수 상승에는 유효한 전략임이 확인됐지만, 이것이 곧 대입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보된 시간을 국어와 수학 등 취약 과목에 얼마나 밀도 있게 투자하느냐가 실제 합격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목표 대학의 필수 응시 과목 지정 여부나 가산점 부여 등 모집요강을 면밀히 살펴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조합을 찾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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