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태워주세요" 부산 장애인 시외이동권 차별 구제 소송
대형 고속버스 업체 3곳 상대 소송
부산 포함 전국 8곳서 동시다발 소송
대법원, 지난 17일 장애인차별 행위로 확정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부산지부 등 지역 장애인권단체들은 23일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일고속·금호고속·한일고속 등 3개 업체를 상대로 장애인 차별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부산지부 제공
부산 장애인단체들이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가 단 한 대도 없어 이동권을 침해당했다며 대형 버스회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부산지부 등 지역 장애인권단체들은 23일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일고속·금호고속·한일고속 등 3개 업체를 상대로 장애인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소송은 부산을 포함해 서울·경기·대구·경남 등 전국 8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부산 지역 인권단체 활동가 2명이다. 원고 최영아 씨는 “명절에도 휠체어를 타고 한 번도 고향인 여수에 가본 적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 씨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이동할 방법은 오로지 장애인콜택시 예약뿐이지만, 광역별로는 운행조차 되지 않는다”며 “시내버스와 달리 시외버스에는 저상버스나 승강설비가 거의 없어 장애인의 이동권이 사실상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흥호 부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장은 "비장애인의 이동은 권리이지만, 장애인의 이동은 손해로 치부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며 "버스회사들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멈추고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시외고속버스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 요구는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4년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시외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서울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휠체어 탑승 가능 버스 모델이 개발되고 국토교통부 예산까지 편성됐지만, 버스회사들은 ‘휠체어석 설치 시 좌석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도입을 거부해왔다. 결국 법적 다툼이 불가피했다.
법원은 이동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버스업체들이 휠체어 탑승 설비를 마련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라고 최종 확정했다. 다만 모든 버스가 아닌, 장애인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노선으로 한정해 설치하도록 판시했다. 광주지법 역시 지난 2월 금호익스프레스에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판결에도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시외·고속버스 6232대 중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 이번 소송은 대법원 판결로 법적 근거가 확립된 상황에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후속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소송 대리인을 맡은 박현서 변호사(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리걸클리닉센터 교수)는 “장애인들이 2014년부터 시외고속버스에 탑승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없어 다른 지역에서 의료, 교육, 고용에의 접근이 매우 어렵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장애인들의 헌법상, 법률상 권리인 이동권이 현실에서도 실제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박 변호사와 공익법단체 두루 소속 이주언 변호사가 공동 대리한다. 박 변호사가 교수로 재직 중인 부산대 로스쿨 리걸클리닉센터 학생들도 준비 서면 작성에 참여한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