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주말 2차 회담 무산… 종전 협상 교착
25일 파키스탄 협상 결국 불발
핵 프로그램·해협 통제 간극 커
국내 반발 여론·11월 중간선거
트럼프 중재 전략 정치 시험대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연례 백악관 기자협회 만찬 행사장 밖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실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불투명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확전과 타협 사이 불확실성만 커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예정됐던 스티브 윗코프·재러드 쿠슈너 특사의 파키스탄 방문 일정을 25일(현지 시간) 취소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대면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양측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무기급 핵물질 처리,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 등 핵심 쟁점에서 입장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에 대한 권리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주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모하마드 파탈리 인도 주재 이란 대사는 이날 소셜 미디어에서 “협상은 적들이 우리 국가의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 권리를 인정할 때만 제대로 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파키스탄행을 취소한 뒤 이란이 ‘훨씬 더 나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이란이 합의했다고 주장한 사안이 결국 진전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로서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파키스탄에서 추진하던 2차 종전 협상을 전격 취소하면서 이란 요구안을 보면 협상단의 장시간 이동이 아깝다는 입장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과의 입장차가 더 좁혀지기 전까지는 직접 마주 앉기를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바킬 국장은 “현시점에서 그런 협상은 ‘이란이 대화를 간절히 원한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할 빌미만 줄 뿐이라는 게 이란 지도부의 판단”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시점에 확전 카드를 꺼내 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6주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는데, 개전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 공격을 이어가면 미국은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미국 내 반전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역시 추가 개입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는 통에 확전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 무산이 전쟁 재개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우리는 아직 그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란의 요구를 수용해 타협안을 받아들이는 선택은 정치적 위험이 더욱 클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핵 프로그램 폐기나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에서 타협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전쟁 명분 자체 의미가 없어지고 패전론이 대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 속에서 이란의 실질적인 양보를 끌어내야 하는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