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 없이 "美 전쟁능력 파악" 이란전 관전 북중러…"김정은은 역시 핵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중국, 러시아, 북한에 미군의 실제 전쟁 수행 능력과 한계를 실시간으로 평가할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이번 전쟁을 통해 인공지능(AI)이 지원하는 정밀 공습 등 미국의 신형 무기를 관찰하는 동시에, 미국의 미사일 재고가 얼마나 빨리 소진되는지 등을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이란 전쟁이 핵무기 보유의 필요성을 새삼 절감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것만으로도 높은 대미 협상력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며 북한은 핵무기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이란 공격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교훈"이라며 미사일이라는 '재래식 방패'로 시간을 벌며 핵 개발을 추진한 북한의 전략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이번 전쟁 개시 이후 미군은 이란 내 1만 3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해 이란의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고 주요 군사 시설을 초토화했다. 이 과정에서 정밀타격미사일(PrSM)과 저비용 공격 드론 루카스 등 신무기를 처음으로 실전 투입하기도 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 대통령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작전을 수행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라며 탄약 재고 부족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이번 전쟁은 미국의 적대국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저가 드론이 미국의 철통같은 방어망을 위협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새뮤얼 파파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의회에서 "중국이 이번 전쟁을 통해 '저비용 소형 정밀 유도 무기'의 위력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유사시 중국이 이란과 유사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단기간에 값비싼 토마호크 미사일과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등 핵심 탄약을 대량으로 소모하며 군수물자 보급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의 적대국들에 맞춤형 대미 전략을 수립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WSJ의 진단이다.
특히 중국은 이란 무기에 포함된 중국산 부품과 기술이 미국의 첨단 무기를 상대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의 드론 기술이 미국의 첨단 요격 시스템을 어떻게 무력화하는지 지켜보며 귀중한 데이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이란 드론에 의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레이더가 파괴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러시아가 이란과 유사한 드론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만큼 미군 무기체계의 교전 양상을 분석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향후 유럽과의 충돌에 대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선지 부산닷컴 기자 s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