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구 복지급여 신청 없이 자동 지급…‘적극적 복지’로 방향 전환
‘위기가구 복지안전매트 강화 방안’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 강화
동의 없어도 직권신청·선제 지급
아동·노인돌봄 가구 부담 경감도
자살 예방에도 적극적 개입 추진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 연합뉴스
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위기가구가 복지급여를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정부는 복지정책의 방향을 위기가구가 신청해야 지원하는 수동적 복지에서, 선제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극적 복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위기가구 지원을 위한 복지안전매트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울산 울주군 아동양육 가구 사망, 전북 임실군 노인돌봄 가구 사망 등 복지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건들로 복지 서비스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답하기 위해서다.
복지부가 보고한 이번 대책은 기존 복지안전망의 공백으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빈틈을 메운 ‘복지안전매트’로 전환하기 위해 관계 부처 합동으로 수립했다. 복지부 등의 사례 분석에 따르면 도움이 필요해도 신청하지 않으면 급여를 받지 못하는 복지신청주의 개선과 경제, 돌봄, 정서 위기에 대한 종합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발굴-개입-지원·관리 단계별로 빈틈없는 복지안전매트 구축, 자동지급과 직권신청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신청주의 개선, 아동·노인 돌봄가구와 자살시도자 등 위기가구 특성에 맞는 서비스 지원을 목표로 하는 복지안전매트 강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위기가구 발굴 정확도 향상 추진
우선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강화해 위기가구 발굴의 정확도를 높인다. 기존 전기·수도 3개월 연속 체납 정보 대신 사용량 변화 같은 생활 위기 변수를 활용하고, 위기정보 입수 주기도 매월로 바뀐다. 발굴시스템에서 연 2회 이상 발굴되거나, 위기아동·고독사 발굴시스템에서 중첩 발굴된 가구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위기가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복지급여는 지원 대상이 확인되면 신청 없이 자동지급하도록 개선한다. 보편급여인 아동수당, 부모급여, 첫만남이용권은 연령 등 자격 확인을 통해 자동지급으로 전환한다. 앞으로는 출생 신고만 하면 급여가 자동으로 지급되게 한다.
선별급여인 기초연금, 장애인연금은 수급 탈락자·다른 선별급여 수급자의 경우 정부 보유 정보를 활용해 신청한 것으로 간주하고, 수급자격 확인 후 지급하도록 한다. 급여를 신청한 적이 없더라도 복지멤버십 가입자에 대해 연 2회 소득·재산을 조사해 수급 가능성을 미리 안내한다.
또한 복지급여 직권신청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명확한 기준과 담당 공무원 보호 방안도 마련한다. 현재는 대상자가 뚜렷한 이유 없이 신청을 거부하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위기 상황이라도 복지급여 지원이 어려웠다. 국가와 지자체가 위기가구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동의 없는 직권신청에 대한 법률 개정이 추진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한부모가족지원제도에 대해서는 미동의 직권신청의 대상자 범위, 담당 공무원 면책 등을 법률로 규정해 현장에서의 원활한 직권신청을 돕는다.
정부는 법률 개정 전까지는 우선 지원이 시급한 미성년자, 발달장애인 포함 가구를 대상으로 동의가 없어도 직권신청을 통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선제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직권신청을 통한 적극적 복지 지원은 상담 등을 통한 여건 파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공무원 접근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어 이 경우는 ‘희망드림 꾸러미’를 지원해 위기가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복지급여 지원 기준 유연화
정부는 복지급여 지원 기준의 유연성과 합리성을 높이기로 했다. 긴급복지 제도 대상 확대를 위해 위기상황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넓히고, 금융재산 선정기준 상향도 검토한다. 또 선정기준에 일부 부합하지 않더라도 긴급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는 긴급지원심의위원회를 활성화해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하기로 했다.
취약가구에 대한 아동돌봄서비스 지원을 연 960시간에서 1080시간으로 확대하는 등 아동돌봄 가구 부담 경감에도 나선다. 아동학대가 의심되거나 주양육자가 부재한 위기아동 가구에 대해서는 시군구 아동·복지 관련 팀들이 공동사례관리를 추진한다. 또 아동 양육자 형사절차 전반에 걸쳐 아동을 보호하는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돌봄 보호자 정서 지원 등 가족의 노인 돌봄부담을 경감하고, 자살 예방에도 적극적 개입을 추진한다. 정부는 자살 시도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자살예방센터에서 개입 조치할 수 있게 관련 법률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위기가구에 대한 적극적 복지 실현을 위해 현장 복지 인력 확대에 나선다. 현재 약 2만 4000명 수준인 읍면동 복지 담당 공무원을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직권신청 등으로 위기가구를 실질적으로 보호한 공무원과 지자체에 포상금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복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 개인 맞춤형 복지서비스 추천시스템을 개발하고, 반복 행정 업무등을 자동처리하는 업무지원 AI 개발을 추진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