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않고 봉투째 버려지는 선거 책자, 언제까지 계속?
부산시장·교육감만 1000만 부
상당수 일주일째 우편함 그대로
유권자 36% “읽지 않거나 폐기”
재질 제각각… 재활용도 어려워
“점진적인 디지털 전환 고려해야”
지난달 31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우편함에 종이 선거 공보물이 담긴 봉투 상당수가 우편함에 남아 있다. 김동우 기자 friend@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교육감 선거에만 1000만 부에 달하는 종이 선거 책자가 제작됐다. 하지만 상당수 선거 책자가 읽지도 않고 버려져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방식 병행 등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일 열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6·3 지방선거) 종이 공보물이 부산 지역 158만 4310세대에 지난달 24일 최종 발송됐다. 후보자의 인적 사항과 정책·공약 등이 담긴 책자(이하 선거 책자)는 투표 안내문과 함께 봉투에 담겨 각 세대에 전달됐다.
이번에 발송된 종이 공보물 가운데 모든 유권자가 공통으로 받는 부산시장·교육감 선거 책자는 약 1000만 부다. 여기에 쓰인 종이는 4300만 장이 넘는다고 추산된다. 부산시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선거 기간 발송된 부산시장 후보자들의 선거 책자는 449만 8250만 부(권)다. 여기에 사용된 종이만 2161만 장이 넘는다. 이는 후보별 선거 책자 매수를 반영해 계산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공보물 분량은 6장(12면),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는 1장(2면)이었다.
부산시교육감 선거 후보자 선거 책자에 쓰인 종이도 비슷한 수량으로 추정된다. 부산시장 선거와 후보 수, 후보별 공보물 분량이 동일해서다. 김석준 후보와 정승윤 후보의 공보물 분량은 6장(12면), 최윤홍 후보는 1장(2면)이었다.
여기에 선거구별로 치러지는 구청장, 시의원, 구·군의원, 국회의원(북구갑 보궐) 선거를 합산하면 부산 지역 선거 책자에 사용된 종이는 더 늘어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년 전인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공보물 제작에 사용된 종이는 5억 8000만 장에 달한다.
문제는 선거 책자 상당수가 유권자들에게 읽히지도 않고 곧장 버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올해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유권자 68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6.3%는 공보물을 ‘읽지 않는다’거나 ‘봉투째 버린다’고 답했다. 공보물을 자세히 읽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11.4%(777명)에 불과했다.
실제로 유권자들이 꺼내 가지 않아 우편함에 방치된 공보물 봉투는 주변에서 쉽게 목격된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에는 전체 120세대 가운데 30세대의 우편함에 공보물 봉투가 일주일 가까이 들어 있었다. 이 모(32·부산 부산진구) 씨는 “바쁘기도 하고 모바일로 후보들의 공약을 접해 굳이 집에서 뜯어볼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이 공보물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에서는 선거 공보물을 휴대전화 문자나 이메일 등 전자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책자를 감축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 단체 등에서는 희망자에게만 종이 공보물 발송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노현석 협동사무처장은 “공보물마다 코팅 여부, 재질 등이 달라 재활용도 어렵다”며 “이미 다양한 대안이 있는 만큼 종이 공보물 제작에 따른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대학교 김형빈 행정학과 교수는 “노인 등 선거 책자를 통해 선거 정보를 얻는 디지털 취약 계층도 여전히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폐지는 곤란하다”면서도 “이들에게 선거 책자의 정보 제공 기능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도 병행하는 등 점진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