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형균 부산테크노파크 원장 “부산 산업의 미래, ‘제조혁신 플랫폼’이 답이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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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혁신 플랫폼…〉 공저자 참여
부산 제조업 비중 25%까지 올려야
AI·데이터·블록체인 등 첨단화 전환

“2015년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이 처음으로 비수도권을 넘어섭니다. 플랫폼 기업 중심의 디지털 경제가 본격화된 시점입니다. 그러다 2020년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제조업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됩니다. 제조업 기반이 강한 국가와 도시일수록 위기 회복력이 높았거든요. 제조업의 고용 흡수력과 생존력까지 고려한다면 지금 부산은 제조업을 오히려 더 키워야 합니다.”


부산테크노파크 김형균 원장은 인공지능 시대에 다시 부산 제조업을 이야기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주수현·김태현 박사와 함께 〈제조혁신 플랫폼-부산테크노파크의 도전과 과제〉를 펴낸 김 원장을 지난 11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책은 2020년을 기점으로 현재 진행형인 부산 제조업 혁신의 현장과 혁신의 기획자이자 중재자로 나선 부산테크노파크의 역할을 기록했다.

“부산의 제조업 비중이 16.6%(2024년)인데 전국 평균인 25% 정도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단, 과거처럼 대규모 공장 중심이 아니라 AI·데이터·블록체인과 결합한 ‘도심형 첨단 제조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식 모듈형 스마트 제조 공장이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탄탄한 제조 기반에 첨단 기술을 연결해 고부가가치 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제조혁신 플랫폼〉은 수소에너지부터 커피까지 8대 분야 9개 특화 현장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김 원장은 이미 혁신의 씨앗을 틔우고 있는 사례로 조선기자재와 전력반도체를 들었다. SB선보는 조선소에 하청 수직계열화됐던 개별 기자재 부품을 친환경 기자재 모듈과 패키지 방식으로 전환해 탄소중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력반도체 부산 이전 기업 1호인 제엠제코는 전기차 시장 정체 속에서도 지역 업계와 함께 해양과 방산, 항공우주로 적용 분야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 글로벌 기업 지멘스의 파트너사로 선정된 일주지앤에스는 제조 현장을 아는 데이터·스마트팩토리 기업으로,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에서 역할이 기대된다.

부산이 특히 주력한 전략은 ‘지산학 브랜치’로 대표되는 지산학 협력이다. 부산테크노파크는 2021년부터 기업을 브랜치(지점) 삼아 대학·기관과 협업을 주도하게 하는 방식으로 지산학 브랜치 100개를 구축했다. 브랜치 기업들은 기술이전과 연구개발(R&D) 등 실적이 평균 15~20% 뛰었고, 지산학 브랜치는 교육부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의 원형이 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부산의 지산학 모델은 기존에 조정자 역할에 머물던 지자체가 적극적인 ‘플레이어’로 나섰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행정이 단순한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지역의 다양한 혁신 주체들과 함께 협력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지역 기업들이 혁신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책의 제목이 된 ‘제조혁신 플랫폼’은 앞으로 부산 제조업 혁신이 지산학과 같은 협력과 연결을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이자, 부산테크노파크가 단순한 지원 기관을 넘어 혁신의 플랫폼 역할을 이어나가겠다는 약속이다.

“부산의 전통적인 조선·기자재 부품 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만나고, 해양과 바이오 분야에서 신산업을 발굴한다면 부산 제조업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습니다. 부산테크노파크는 그 과정에서 27년 동안 축적된 역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들이 혁신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역동적인 정거장’이 되겠습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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