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해체’ 국제표준 선도…세계 최초 ‘국제표준 제정’ 첫 관문 통과
표준안, ISO ‘신규작업표준안’ 최종 승인
방사능 오염 제거 등 9종 국제표준 순차 개발 예정
한국이 2023년 6월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세계 최초로 제안한 ‘원전 해체’ 표준안이 신규작업표준안(NP)으로 최종 승인됐다. 사진은 원전 해체 절차에 들어간 고리원전 1호기(부산 기장군 장안읍 소재) 전경. 한수원 제공
한국이 세계 최초로 추진한 ‘원전 해체’ 국제표준 제정 작업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원전 해체 분야의 국제표준 선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한국이 2023년 6월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세계 최초로 제안한 ‘원전 해체’ 표준안이 신규작업표준안(NP)으로 최종 승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승인된 표준안은 약 3년에 걸친 기술위원회(TC 85, 원자력) 논의 끝에 미국·중국·일본 등 9개 회원국의 찬성을 얻었다.
신규작업표준안은 국제표준 제정 첫 단계로, 이후 작업반 초안(WD)→위원회안(CD)→국제표준안(DIS)→최종 국제표준안(FDIS) 등 절차를 거치면 국제표준(IS)으로 제정된다. 이번에 승인된 표준안은 해체 과정의 기본이 되는 용어 정의부터 계획 수립, 실행, 관리에 이르기까지 원전 해체 전 과정에 적용되는 일반 요건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프로젝트 리더로서 표준 제정을 주도한다. 표준안은 19일부터 각국의 의견 수렴을 시작하며, 2027년 12월 국제표준(IS) 제정을 목표로 한다.
국표원은 원전 해체 공정에 필요한 9종의 국제표준도 순차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원전 해체 계획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시설 특성 분석 △안전성 평가 △해체 작업 관리 △방사성 오염 제거 및 철거 △방사선방호·모니터링 △해제 기준 적용 △부지 복원이다.
특히, 이번 표준화 작업에는 원자력 국제 안전 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문가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표준이 향후 세계 원전 해체 산업의 실질적인 기준으로 활용되어 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IA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400기 이상의 원전이 해체될 예정으로,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약 500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자 국표원장은 “우리나라는 그간 원전 건설과 운영에 있어 국제 기준을 받아들이는 입장이었으나, 이번 표준안 제정을 계기로 한국이 원전 해체 분야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K원전의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ISO 뿐만 아니라 ASME(미국기계학회) 등의 사실상 표준 제정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가압경수로형, 595MWe, 부산 기장군 소재)가 해체 절차에 들어간 상태며, 중수로형 원자로인 월성 1호기(경북 경주시 소재)는 원전 해체 승인을 위한 심사 단계를 밟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