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선사 선박들은 후순위로 밀리나”...HMM 탈출 소식에 시름 깊은 중소선사들
외교부 “한국인 선원, 한국 화물 기준”
중소선사 선박, 한국인 적고 제3 국 도착지
“후순위 밀릴수록 선사 피해 막심”
한국시간 20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HMM ‘유니버설 위너’호. 마린트래픽 캡처
지난 20일 HMM의 ‘유니버설 위너호’가 호르무즈해협 탈출에 처음으로 성공하자, 나머지 25척의 선박에 대한 탈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통행 조치 과정에서 한국인 선원 수와 한국 도착 화물을 기준으로 우선 통행 선박을 정한 것이 알려지면서, 해협 통행이 본격화될 때 중소선사는 탈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유니버설 위너호의 해협 탈출 선박을 정하는 데 있어 한국인 선원 수, 한국에 필요한 화물 선적 등이 고려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협에 남은 25척의 선박 통행에 대한 추가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를 두고 업계에서는 선원 수가 적고 화물의 도착지가 제3국인 경우가 대다수인 중소선사의 선박 탈출 순위가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선박 26척 가운데 10척이 중소 해운사 8곳 소속이다.
중소·중견선사 선박의 경우 2만 t 이하의 소형선이 많은 데다, 목적지 역시 한국이 아닌 경우가 많아 국가 기여도 측면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해협을 빠져나온 유니버설 위너호는 30만 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으로, 국내로 반입될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있으며 한국인 선원도 9명이나 승선해 있다. 반면 중소선사 선박들은 규모가 작아 승선 선원 수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중소선사 관계자는 “대형 선박의 경우 지정국제선박으로 등록돼 있어 타 선박에 비해 한국인 선원이 더 많이 탑승한다”며 “하지만 현재 고립된 중소선사 선박들은 대부분 2만 t 이하의 소형선으로 주로 동남아나 인도 노선의 물량을 운송하며, 한국인 선원도 선박당 4명 안팎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장기간 고립에 따른 경제적 부담 역시 대형 선사보다 중소·중견선사에 훨씬 치명적이다. 지난달 한국해운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운항 차질에 따른 손실과 유류비, 전쟁보험료, 선원 위험수당을 더하면 이들 중소선박의 8개 선사는 매일 5억 8000만 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 만약 이달 말까지 전쟁이 이어질 경우 누적 피해액이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선사는 비용 폭등이 도산 위기로 직결된다.
또 다른 중소선사 관계자는 “100척 이상의 선박을 보유한 대형 선사는 한두 척이 묶여도 타격이 덜하지만, 보유 선박이 20여 척에 불과한 중소 선사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대형 선박 1척이 탈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한편으로는 소외된 중소선사들이 결국 가장 마지막에 구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소외감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해양수산부가 필수 물품 보급 현황이나 선원 안전 관련 정보는 비교적 잘 공유해주고 있다”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선박 통행이나 계획에 대해서는 공유가 부족해 없어 현장의 답답함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