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제3국도 가능"… '농축우라늄 美 확보' 고집 접은 트럼프
SNS에 휴전 협상 관련 입장
이란에 양보했단 평가 나와
공화당 강경파 반발은 숙제
대이란 협상안 비판에 반박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란과 종전 협상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농축우라늄 보유분을 이란 내부나 제3국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농축우라늄 보유분을 이란 내부나 제3국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과 종전 협상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쟁점 중 하나인 농축우라늄 처리 문제에 유연성을 보이는 게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SNS 트루스소셜에 “농축우라늄은 즉시 미국으로 넘겨진 뒤 폐기되거나, 더 바람직한 방안으로는 이란과 협력 및 조율을 통해 현지(이란)에서 폐기되거나, 다른 용납 가능한 장소에서 미국 원자력에너지위원회나 그에 상응하는 기관이 입회하는 가운데 폐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은 이란이 보유한 농축도 60%의 농축우라늄 440kg를 미국에 넘겨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농축도 60%의 농축우라늄은 농축도를 조금 더 높이면 무기급 핵물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란의 잠재적 핵무기 역량을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결국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관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구 감독 아래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이란 내부에서 폐기하거나 제3국으로 반출하는 대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힌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 농축우라늄 대미 반출을 기정사실화하며 이란을 압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핵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선언보다 실체가 있는 농축우라늄을 확보하면 상징적이고 구체적 성과를 올리게 된다. 미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농축우라늄 폐기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폐기 방식이 중대 쟁점으로 꼽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합의 타결을 위해 이란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은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면서 향후 60일간 핵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는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자국으로 반출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신경 쓰라’고 했다”며 러시아 제안을 일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농축 우라늄 대미 반출 요구를 사실상 내려놓으면서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높아질 수 있지만, 미국 내 반발 기류는 여전히 변수로 거론된다.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통한 종전 합의를 위해 ‘이란 핵 저지’라는 중대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4∼25일(현지 시각) 잇달아 SNS에 글을 올리며 언론에 공개된 대이란 협상안에 대한 비판을 반박한 상태다. 아직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자신이 추진하는 합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 확대와 대 이란 협상을 연계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평화를 위해 집권 1기 때 시작했고, 집권 2기에서도 가입국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SNS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즉시 서명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고, 다른 나라(미국과 이란 간 합의를 촉구한 다른 아랍 국가)들도 따라야 한다”며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관련 국가에 “의무 사항으로 요구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이란과 합의를 두고 미국 내 지지층 반발을 고려해 성과를 키우기 위한 구상으로 보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빠르게 결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합의가 불발되면 이전보다 더 강한 규모로 대 이란 군사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관련 양보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국제 사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