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대 캄보디아 로맨스스캠 부부 사기단 법정에서 등돌린 이유

오상민 기자 sm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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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아내에게 징역 10년 구형
남편 “아내 자발적으로 범행 가담”
아내 “심적·경제적 지배당한 피해자”
아내 돈 8000만 원으로 해외 체류
‘사기결혼’ 주장에 끝내 이혼 소송

울산경찰청으로 압송되는 로맨스 스캠 부부 사기단. 연합뉴스 울산경찰청으로 압송되는 로맨스 스캠 부부 사기단. 연합뉴스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한 100억 원대 로맨스스캠 범죄조직에 가담한 부부가 법정에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남편은 “아내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범행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한 반면, 아내는 “남편에게 속아 범죄에 휘말렸다”고 맞서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울산지법 제12형사합의부(재판장 박강민)는 23일 범죄단체 가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내 B 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B 씨에게 징역 10년과 추징금 68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이 몸담은 범죄조직이 연애 감정을 이용한 투자 사기로 피해자 95명으로부터 100억 원 상당을 가로챘으며, 거점을 옮겨가며 범행을 이어간 점 등을 구형 이유로 밝혔다. 앞서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남편 A 씨에게는 징역 15년과 1억 4000여만 원의 추징금이 구형(부산닷컴 4월 28일 자 보도)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B 씨가 범행에 적극 가담한 공범인지, 남편의 통제 아래 편입된 종속적 위치였는지 여부다.

앞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편 A 씨는 아내가 스스로 조직에 합류해 범행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먼저 캄보디아로 넘어가 일을 한 것은 맞지만, 아내에게 수익을 미끼로 협박하거나 (일을)강요한 적은 없다”면서 “나는 범행을 그만두고 귀국하려 했지만 아내가 돈을 더 벌고 싶어 해 말리지 않았다”고 책임을 돌렸다. 반면 이날 피고인 신문에 나선 B 씨는 모든 범행 사실을 인정하되 “자신은 A 씨에게 기망당한 로맨스 스캠 1호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B 씨 측은 해외 체류 기간 내내 A 씨 일가족의 ‘지갑’ 취급을 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의 예금과 전세보증금 반환금, 대출금 등 8000만 원가량도 시댁 식구들의 비행기표 예매와 해외 체류비로 쓰였고, 돈이 부족하면 친구나 가족에게 돈을 융통하라고 협박 당했다는 것이다.

또한 B 씨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A 씨의 가족은 장보러 갈 때도 동행해 감시를 일삼았으며, 서류상으로 묶어두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B 씨 측은 “지난 2023년 9월 A 씨가 ‘사업을 하려면 결혼이 필요하다’고 속여 부모 허락이나 결혼식도 없이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혼인신고를 강행했다”며 “실제 사업은 없었다”고 했다. 특히 B 씨는 공소장을 통해 A 씨가 과거 5억 원 규모 금융사고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B 씨는 남편이 자신을 어떻게 대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인간이라기보다 장난감 같은 존재로 여겼던 것 같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두렵다”고 말했다. 함께 범죄조직에 몸담았던 두 사람은 현재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때 부부였던 이들은 이제 법정에서 서로를 향해 책임을 돌리는 처지가 됐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7월 24일 선고 공판을 열고 이들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오상민 기자 sm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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