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힘
하상욱(1967~2023)
땀 뻘뻘 쏟으며 트럭 한 대가 섰다
트럭에서 내린 반바지 중년 사내가
맥주 세 박스를 등에 지는데
나 서 있는 오 층 베란다까지
끄응!
소리가 다 들렸다
부들부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단란주점 계단을 올라가서는
그리고
끄응!
하고 내려놓으리
세상을 한번 들었다 내려놓는 일
저렇게 죽을힘을 다 쓰는 일이다
너도 한번 죽을힘을 다 써봐라
비로소, 살아갈 힘이 생기지 않겠는가
시집 〈달나라 청소〉 (2025)
죽을 힘을 다해 지금 여기를 살아내는 것. 피할 수 없는 고통 중에도 살아낸다는 것. 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는 건 아마도 한 번뿐인 생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 처한 상황의 무게, 자신에게 주어진 그것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존재하고 끝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삶에는 저렇듯 죽음을 각오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우린 삶의 결과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빛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거운 짐을 배달하는 중년 사내의 힘도 후회 없는 노력이며 용기일 것입니다. 살아있다는 건 곧 삶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죽을 힘을 다해보란 말이 채찍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린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존재이기에 힘 내보자는 응원으로 받아들여 봅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최선은 우리의 꿈을 이끌어줄 것입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