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무빈소 장례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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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빈소 장례가 늘고 있다. 무빈소 장례는 말 그대로 조문객을 맞이하는 빈소를 마련하지 않고 치르는 장례를 뜻한다. 입관과 발인, 화장 등 필수 절차는 그대로 진행하지만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지 않다 보니 외부 조문을 받지 않는다. 무빈소 장례가 증가하면서 장례식장 등 장의업계는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무빈소 장례 열풍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평가다. 전통적인 장례 방식인 3일장 문화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진다.


일반적인 장례식장 빈소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일반적인 장례식장 빈소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 무빈소 장례 늘어난 이유는

장례업계 등은 최근 무빈소 장례 비중이 20%를 상회 5곳 중 1곳이 빈소 없이 장례를 치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무빈소 장례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문제, 실용주의 문화 확산 등이 꼽힌다. 상조업계에 따르면 3일장을 치를 경우 조문객 150명을 기준으로 한 장례비용은 1000만~2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조문객을 맞이하지 않을 경우 빈소 대여비와 각종 식사와 음료, 인건비, 주류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등을 거치면서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 장례식 조문객들이 줄어든 것도 큰 이유로 꼽힌다. 예전에는 부의금으로 장례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으나 요즘엔 유족 부담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무빈소 장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엔 2일장 등 장례 기간을 줄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족들만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가족장도 증가하고 있다. 굳이 전통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각자의 사정에 맞춰 장례를 치르는 실용주의와 간소화 선호 추세가 결합하면서 무빈소 장례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다가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가족, 지인들과 교류를 하지 않는 1인 가구들이 늘면서 장례문화까지 급속히 바꿨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인 3일장 장례식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일반적인 3일장 장례식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 무빈소 장례 더 증가할 듯

예전엔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고인의 빈소를 차리고 조문객들을 맞는 방식으로 고인과의 이별을 애도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심지어 무빈소 장례는 큰 불효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식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전국 만 19~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빈소 장례 관련 소비자 태도’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무빈소 장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 장례를 무빈소 방식으로 치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71.8%에 달한 것이다. 연령별 무빈소 장례 의향은 20대 57%, 40대 76%, 50대 80%, 60대 79.5%로 집계됐다. 장례를 직접 준비하거나 경험한 연령층일수록 훨씬 무빈소 장례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전통적인 장례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특히 무빈소 장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80.3%에 달해 사회적 공감대가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풀이됐다.


부산의 한 장례식장 입구.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장례식장 입구. 부산일보DB

■ 무빈소 장례 서비스도 등장

무빈소 장례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장례식장 등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충남 천안의료원 추모관(장례식장)은 유족의 경제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인을 제대로 추모할 수 있도록 무빈소 장례 서비스 도입에 나섰다. 이런 추세는 현재 전국적으로 급격히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업체들이 빈소 중심으로 장례식장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무빈소, 가족장 등 맞춤형 장례 서비스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 등에서는 관련 장례업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조업체는 고민이 깊다. 상조는 가입자들이 부모 등의 임종에 대비해 매월 납입금을 내며 미래의 장례에 대비하는 상품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무빈소 장례가 늘어나면 상조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무빈소 패키지를 내놓고 있으나 무빈소 장례를 염두에 두고 상조에 가입하는 경우는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조업체들은 장례 간소화 분위기 확산에 대비해 기존의 단순 장례 대행에서 탈피, 가입자가 납입한 선수금을 결혼식과 여행, 가전제품 구입 등에도 전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무빈소 장례 증가가 전통적인 장례산업의 모습까지 급격하게 변화시켜 가고 있는 셈이다.


화장 뒤 유골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화장 뒤 유골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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