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마약을 끊어 내는 사회
국내 마약류 사범 2만 3000명
젊은 세대까지 확산 문제 심각
‘사각지대’ 없는 예방교육 중요
사회적 연결·관심이 회복 도와
의존성, 내성, 금단증상. 세계보건기구가 ‘마약류’를 정의할 때 포함되는 개념이다. 약물에 대한 욕구가 강제에 이를 정도로 강하고, 사용 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사용 중단 시 온몸에 견디기 힘든 증상이 나타난다. 여기에 ‘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로 누군가의 삶을 수렁에 빠트리고 벗어나지 못하게 옭아매는 것이 바로 마약이다.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최근 1년 이내에 마약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가 약 3억 1600만 명에 달한다. 2022년 세계 마약 남용 인구에서 2400만 명이 늘어, 3억 명을 돌파했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도 마약류 사범이 급증해, 2023년 2만 7611명으로 ‘한국 마약 사범 2만 명 시대’가 열렸다. 결코 반갑지 않은 동반 상승이다.
마약이 먼 나라 이야기 같았던 때가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고, 마약 거래나 마약 범죄는 영화에서나 보는 거였다. 그러다 마약 관련 뉴스가 점점 늘어났고, 2010년대 중반 이후 마약 범죄가 급증했다. 마약 유통이 대면 거래에서 비대면 온라인 거래 방식으로 바뀌며 마약 유통 속도는 더 빨라졌다. 과거에는 마약 사범끼리 주로 거래했다면, 이제는 마약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공급자와 연결되고 있다. 마약 범죄는 어린 학생부터 평범한 보통 시민까지 세력을 점점 넓혀가며 우리를 놀라게 만든다.
필로폰·대마를 밀반입해 유통하려던 한국인·외국인 검거,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마약에 취해 쓰러져 있던 20대 2명 긴급체포, 의료용 마약류 프로포폴이 든 쇼핑백을 들고 길에 쓰러진 병원 직원, 환자들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피부과 원장 적발, 텔레그램 마약방에서 받은 필로폰을 투약한 미성년자. 이 모든 뉴스가 6월 한 달 동안 나왔다. 수치로만 접하던 마약류 범죄가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정부는 지난해 각 부처 합동 특별단속 등을 실시해 마약류 사범 2만 3403명을 검거했다. 이 중 10대 674명, 20대 6913명, 30대 6986명으로 청소년과 청년층이 전체의 62.3%를 차지한다. 젊은 세대의 마약류 중독과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클럽에서 ‘마약 파티’를 열고 13개 대학 연합동아리에서 마약이 유통됐다. 공부방을 ‘마약 아지트’로 삼은 고등학생들까지 드라마 같은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6일은 제40회 세계 마약퇴치의 날이었다. 기념일 전후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행사와 마약류 범죄 대책을 고민하는 논의의 자리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국회에서는 마약 범죄에 장소나 시설을 제공한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영업정지나 영업폐쇄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마약 클린존 4법’과 일반 의약품을 과다복용하는 ‘OD’ 문제 해결을 위해 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를 의무화하고 미성년자의 대량 구매를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다.
법원이 형사소송의 모든 과정에서 약물 중독 사범에게 의존증 치료를 제공하고 이를 관리 감독하는 ‘약물법원’ 도입 관련 정책 토론회도 열렸다. 정부는 마약 범죄의 지능화·초국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폴 마약 대응센터 국내 유치를 추진해 국제 공조의 컨트롤타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학생 대상 예방교육에 앞장선 이들부터 중독자 재활에 힘을 보태는 사람들까지, 시민 곁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많은 이들이 예방교육 강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마약은 강한 중독성으로 인해 한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들고 재범률도 높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아이들이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이나 대학생, 2030세대 등 예방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교육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약 전쟁〉의 저자 요한 하리는 “중독의 반대는 깨어 있는 맑은 정신 상태가 아니라 연결”이라고 했다. 고립과 단절에서 중독이 시작되기도 하고, 고립과 단절이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전문가들이 마약류 중독자 재활 교육에서 심리 상담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예방교육에서도 정서 교육이 중요하다. 스트레스와 충동을 관리하고, 자기 존중감과 자기 통제력을 향상하는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을 더할 때 마약류·약물 예방교육의 효과는 더 높아질 수 있다.
개인과 사회는 연결되어 있다. 건강한 개인이 모여 건강한 사회가 된다. 마약 문제에 더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오금아 사회부 선임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