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어떤 화려한 스펙보다 오래 남는 '사람됨'
조현성 부산교사노조 정책기획국장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메뉴판 하나 없이 달랑 한 가지 음식만 내놓는 집을 마주한 적이 있는가. 처음엔 당황스럽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런 생각이 올라온다. ‘아, 여기 맛집이겠다.’
요즘 TV에는 식당 컨설팅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불황을 버티지 못해 폐업 직전에 몰린 식당들이 전문가를 찾는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가장 먼저 꺼내는 처방전은 늘 같다. “메뉴를 줄이세요.”
덜어낸다는 것. 비워낸다는 것. 말은 쉽지만, 이것은 사실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하나라도 더 내놓아야 손님을 붙잡을 것 같은 불안 앞에서 덜어내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 불안이 낯설지 않다. 학교도, 학부모도, 아이들도 지금 똑같은 불안 속에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해야 하고, 영어도 잘해야 하고, 운동도 잘해야 하고, 창의적이기까지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하교 후에도 저녁까지 다양한 학원을 전전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의 재능을 발굴해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잘하기를 기대하는 순간, 우리는 아이를 ‘모든 메뉴가 들어간 식당’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이제 막 문을 연 식당이다. 여러 메뉴를 걸어 놓고 장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메뉴를 맛있게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직 손도 작고, 불 조절도 서툰 어린 요리사에게 열 가지 요리를 완벽하게 해내라고 닦달하면 어떻게 될까. 여러 메뉴를 다루기 어려워하는 아이에게는 단일 메뉴로 장사를 시작해도 괜찮다고 말해줘야 한다. ‘옆집은 열 가지 메뉴인데, 우리 집은 하나 뿐이면 뒤처지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단일 메뉴 식당을 맛집이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를 남기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기 때문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다고 모두 붙잡기보다 어떤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가장 중요한 가치를 붙드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덜어내고 남겨야 할 단 하나의 메뉴는 무엇일까. 바로 사람됨이다. 다른 사람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는 마음. 이런 것들은 지식을 전달하듯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계 속에서, 실패 속에서, 그리고 기다려 주는 어른들 곁에서 천천히 자라난다. 결국 사람됨은 어떤 화려한 스펙보다 오래 남고 깊게 남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