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명청대전, 무엇을 위한 권력투쟁인가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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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지방선거 후 국정 지지율 데드크로스
오만한 집권 여당에 민심의 경고장
대통령 집권 2년 차 국정 동력도 흔들
민생 위기에 2030 분노도 치솟는데
민주당 밥그릇 싸움에 국민 외면
기술패권 경쟁에 뒤지면 미래는 없어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2년 차가 위기 속에 출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6·3 지방선거 결과는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 동반 급락을 초래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영 내 권력투쟁이 본격화하며 여론은 차갑게 식고 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운영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를 기록했다.


민주당에서 부산시장과 울산시장을 배출한 PK 지역에서는 국정 운영 ‘부정’ 평가가 50%를 넘어서며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민심 이반 속도가 더 가파르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따라 호남에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진행되는데 PK 지역은 들러리 세워 지역 민심은 더 싸늘해졌다. 1일 출범하는 민선 9기 부산과 울산 시정, 경남 도정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심 이반에 청와대도 비상이다. 이 대통령은 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다. 청와대는 미리 잡힌 일정이라고 간단하게 브리핑했지만 정치적 함의는 간단하지 않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친명 대 친문’의 대리전으로 비칠 경우 국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여름휴가도 가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통령 지지율은 자체가 국정 동력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지율이 높으면 대통령 한마디에 무게가 실리고 정책도 힘을 받는다. 반면 지지율이 떨어지면 ‘영’이 서지 않고 정책도 겉돌기 마련이다. 지지율 하락세를 그냥 넋 놓고 바라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에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정국 상황에 대한 인지부조화 속에 계엄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탄핵당했다.

문제는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는 엄정한 원인 진단이 앞서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갑자기 돌아선 민심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지만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누적됐다고 봐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공소취소 특검법’ 추진에 국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서의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의 볼썽사나운 충돌이 진영 내 권력 다툼임을 모를 리 없었다.

유권자는 지방선거를 통해 지리멸렬하는 국민의힘을 심판하면서도 오만한 집권 여당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미 탄핵당한 야당 심판보다 현 집권 세력에 대한 경고장이 더 큰 의미를 가졌을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그 의미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는 선거 다음날 “전국적으로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대통령도 “국민이 정권에 보낸 경고”라고 머리를 숙이면서도 최대 악재였던 공소 취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은 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권 내 집안싸움이 본격화했다. 정청래 대표가 당 대표 재도전에 나서자, 친명계를 중심으로 지방선거 책임론을 거론하며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친문 진영의 김어준·유시민 씨까지 가세해 이 대통령을 직격하고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전 대표가 재반격하면서 여권 전체가 둘로 나뉘어 사생결단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름하여 ‘명청대전’이다.

대통령을 향해 “증축하랬더니 재건축하려 한다”고 공격하고 청와대는 다시 “재개발도 있다”고 겁박한다. ‘문조털래유’ ‘한강새똥돼주길’이라는 멸칭과 분열의 언어가 난무한다. ‘배신’과 ‘돈봉투’ 전력까지 소환하며 선을 넘는다. 동지가 아니라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다. 중도층의 마음이 떠나지 않는 게 이상하다. 핵심 코어 층 이탈 운운은 근거 없는 궤변에 가깝다.

국민을 더 분노케 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저들이 뭐를 위해 저토록 죽기 살기로 싸우느냐는 거다. 집권 1년 차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걸었던 기대감도 이제 거품이 빠지고 있다. 물가 불안과 고환율에 따른 민생 문제가 목전의 위기다. 부동산 시장 불안과 2030의 상대적 박탈감을 잠재울 근본 대책도 시급하다. 하지만 저들의 권력투쟁 어디에도 이런 고민은 없다. 기껏해야 검찰에 보완수사권마저 줘서는 안 된다는 선명성 경쟁 정도다. 그것도 대다수 국민의 권익에 심대한 손해를 끼치는 방향이다.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생존 경쟁에서 필요한 건 국가적 상상력과 산업 전략을 총동원해 미래를 설계할 리더십이다. 국민은 민주당이 재건축하든 재개발하든 관심 없다. 청와대와 여당이 총선 공천권을 차지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에 정신이 팔려 국가를 위기에 빠트릴까, 그게 걱정인 것이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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