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그 생에도 보리똥나무가 있을까(장철문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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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그와 나는

한쪽 어깨에 햇살을 받으며

보리똥을 따 먹고 있었다

그 아침에

그가 한 말도

입었던 옷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의 스포츠머리와

흰 치아를 드러낸 미소와

말소리만은

아직 진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생을

그와 함께했다는 것은

이것으로 명백하다

내가 이생에서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에 실패한다면

또 어느 생에서

그와 함께 보리똥을 따 먹을 수 있을까

한쪽 뺨과 어깨가 따습던

그 아침에

보리똥나무 가지를 흔들던

자디잔 웃음소리를

아껴 먹는 생의 식량으로 삼을 수 있을까

시집 〈식당 칸은 없다〉 (2025)

내가 아껴 먹는 생의 식량은 무엇일까. 시인의 말처럼 아무 것도 아닐 거라 여겼던 그러니까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의 순간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들을 함께 하는 사람의 미소와 웃음소리, 따스한 햇살과 어깨 따듯한 아침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응원이자 성장이며 교감일 것입니다. 유대의 순간들, 그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생의 허기와 결핍이 그러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를 향해 오고 있는 무수한 떨림들.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있는 명백한 것들, 나의 존재들이 떨림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 주어진다면 다음 어느 생에선가 지금과 같은 순간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짚어보게 됩니다. 신정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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